내일터 우리불자<오창윤 도예가(돌가마도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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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터 우리불자<오창윤 도예가(돌가마도예연구소장)>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7.06.2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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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흙으로 빚는 전통도예의 美”



   
 
   
 
발바닥의 감으로 쓱쓱 물레를 돌린다. 물레 위에 빙빙 돌아가던 흙덩이가 손의 감촉을 타고 멋스럽고 고운 찻잔의 모습을 드러낸다. 참으로 신비로울 따름이다. 평범한 흙에서 아름다운 그릇으로 재탄생하는 그 신비로움에 도예가의 길을 걷는 오창윤(35·돌가마도예연구소 장)씨.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재학 시절 물레에서 그릇이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는 오씨. 예술가의 영감이라는 것은 이런 걸까. 학과수업에는 별관심이 없던 그가 물레 돌리는 재미에는 푹 빠져 산다. 졸업 후 단국대 대학원을 다닌 그는 김윤동 선생의 영향으로 백자작업을 하지만 제주의 흙으로 작업하고 싶다는 열망을 지니고 살아간다.

제주에 내려온 오씨는 2002년 세종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고 그 다음에 신산갤러리에서 찻 그릇전을 열며 자신의 인지도를 점차 높여간다. 그러나 백자 작업은 그에게 뭔가 부족함을 주었다. 늘 마음에 따라다녔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 제주다움,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 ‘과연 제주를 나타낼 수 있는 작업은 뭘까’라는 고민이다.

“찻그릇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제주의 흙은 검으스름하고 온도에 민감한 것이 특징인데 다기를 만들어 보니 중국의 자사호(紫沙壺)하고 느낌이 비슷하더군요. 그 당시 보이차 열풍이 한창이었는데 내가 직접 자사호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중국차를 마시지만 굳이 중국의 다기를 쓸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생각에 ‘제주 숨다기’라는 전시회를 열게 됐죠.”

제주 흙의 갖는 환경적 특징, 이 점을 살려 우리 환경에 맞는 기능의 다구는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통에서 모티브를 따고 제주만의 색깔을 입혀, 옹기처럼 ‘숨을 쉬는 다기’란 뜻의 ‘제주숨다기’는 제주의 흙으로 제주환경에 맞는 새로운 기능의 다구를 선보인 작품이다.

제주의 매력을 다시 엿보게 된 계기라 할까. 올 3월 제주숨다기 전시는 서울 박물관 측에서 작품을 보고 초대전을 기획할 정도로 제주만의 멋과 향이 가득 스민 작품으로 주위의 반응은 놀라웠다.

오씨는 최근 작업장에 전통 돌가마를 지었다. 제주의 전통 옹기가 없었다면 망막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제주옹기의 특징인 돌가마에 섬피(나무가지를 잘라 통째로 묶은 것)를 넣는 제주만의 전통 방식을 재현해 그 만의 색다른 도자기 작업에 다시 도전한다.

그는 전통·기능·환경성이란 화두를 늘 참구한다. 제주의 흙으로 전통방식을 재현하고 쓰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고자한다. 화두에 대한 티끌만한 의혹도 없이 오직 그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수행자처럼 그는 오늘도 물레를 힘차게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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