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의 집<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고산농기구제조수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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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 집<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고산농기구제조수리센터’>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7.06.25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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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心 위해 구슬땀 흘리는 ‘안식처’



   
 
   
 
농촌도 많이 변했다. 젊은이들이 대거 도시로 빠져나간 농촌일손은 농기계들이 대신하기 마련이다.

이제 그 흔한 삽이나 호미 대신 집집마다 농기계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농기계를 이용해서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를 30여 년 간 고민하고 노력해온 이가 고산농기구제조수리센터 전병훈(63)·서춘희(57·태고법륜불자회) 대표다.

고향이 제주시 삼양동인 전 대표는 이시돌목장에서 농기계를 수리하면서 우연찮은 기회에 고산에 농기구제조수리센터를 설립한 것이 1976년이다.

원래 자동차정비기술을 배웠는데 타고난 팔자는 농기계 고치는 게 더 즐겁다는 전 대표.

이후 한국농기구협동조합제주지부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각 농촌마을마다 농기계 수리 무료봉사활동도 그에게 크나큰 보람이었다.

그는 농기계 수리뿐만 아니라 최근 감귤밭에서 작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허발명품인 ‘감귤밭운반차’를 비롯해 콩 탈곡기, 콩 정선기, 인력거, 마늘 자르는 호미 등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농기구를 발명해내기도 수차례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면 무상으로 농기계를 고쳐주는 것 또한 우리네 넉넉한 농촌인심을 그대로 닮았다.

전 대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자비심처럼 함께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도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쓰임새 있는 농기구를 개발 할 수 있을까하는 전대표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서춘희씨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애호사상 함양과 건전육성에 기여한 공로로 도지사 표창을 받는 등 생활불교 실천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한편 전 대표의 어머니는 불심이 참으로 깊었다고 회상한다.

“80년대 중반에 돌아가셨는데 원당사에 가면 아직도 어머니가 기도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는 길이 1시간 40정도 걸리지만 지금도 원당사를 기도 때마다 찾는다”면서 잠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지 “지금이야 살림기반을 잡았지만 그 당시 어려운 시절이라 어머니 49재도 못 해 드렸다”고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느지막한 나이에 불법의 인연을 맺어 제주불교대학에 입학해 어머님의 불법을 다시 이으려는 걸까. 매주 월·화요일 왕복 2시간 이상 걸리는 배움의 길이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항상 즐겁다며 환한 미소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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