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스님의 호스피스 일기<26>
상태바
수상스님의 호스피스 일기<26>
  • 수상스님
  • 승인 2007.07.05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통서 중생 건져 극락세계 인도하소서”



오늘은 제주의료원 128호 병실에서 투병중인 ○○스님에게 갔다. ○○스님이 건강했을 때 나를 많이 보살펴주었던 스님이다.

스님에게 노래와 기도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 즐거우셨습니까?” 하니 “나는 잘 모르는 노래야”라고 말하며 절에 가고 싶단다.

“스님, 절에 가면 누가 제대로 시봉하는 사람도 없는데 왜 절에 가시려고 하세요”하니 “그래도 절에 있는 게 편해”라고 말하는 게 절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여기에 계세요. 제가 보기에는 절에 계셨을 때 보다 여기 병원에 계실 때가 훨씬 더 좋아 보입니다. 절에는 다른 스님이 계시잖아요. 아무걱정 말고 얼른 쾌차 하셔서 스님의 독경소리 듣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지난 우란분절 때도 간병사가 말하기를 자꾸 절에 간다고 했다면서 스님께서 절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었다.

“스님, 오늘 이렇게 다리도 주물어 드리고 안마도 해 드리니까 좋으시죠” 말하니 방그레 웃는 모습이 동자승처럼 해맑아지면서 좋다고 말한다.

○○스님께서는 내가 자주 찾아뵈었기 때문에 나를 볼 때 마다 항상 반갑게 손을 잡고 밝게 웃으며 좋아한다.

이후 병실을 나와 김○○(갑상선암 말기) 환자가 있는 152호실로 갔다.

이 환자는 매일같이 들려 기도해 드렸던 한 분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 가지로 나를 보자 반가운 표정으로 내 손을 꼭 잡는다. 이 환자는 항상 기도가 끝날 때 까지 손을 꼭 잡는다. 아마 기도 하고 있는 중이라도 손을 그렇게 잡고 있어야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편안하신 모양이다.

나는 정토기도와 아미타불 염불을 하고 발원문을 해 드렸다.

“보살님, 식사도 많이 하시고 그러세요. 그래야 아미타불 염불을 할 수 있으니까, 아셨죠? 아무튼 나무아미타불 많이 하세요”라고 했다.

“내일은 못 오는데 스님이 안 온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월요일에 다시 올게요. 힘들 때면 나무아미타불을 하세요. 아미타부처님은 염불하는 보살님 마음에 계시다는 것을 꼭 믿으시고 하십시오”라고 말하고 병실을 나왔다.

다시 중환자실을 찾은 나는 이○○(73세) 환자에게 갔다.

이 환자는 안덕면 창천리에 사는데 지금 현재는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뇌출혈로 쓰러져 제대병원에서 머리에 고인 피만 빼고 일주일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여기 온지 1년이 넘었다.

마침 보호자분과 인사를 나누고 이 환자분과 어떤 관계인지 물어 보았다. 이분의 따님이라고 했다.

“어머니께서 절에 다니셨다고 했는데 어느 절에 다니셨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중문에 있는 광명사에 30년 넘게 다니셨다”고 했다.

“광명사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절에는 제 사형님이 주지로 계시는 곳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어머니가 이렇게 아프기 전에는 절에도 열심히 다녔고 자기도 어렸을 때 어머니 따라 많이 다녔다고 했다.

“보살님은 어디에 다니세요”라고 물었더니 몇 년 전에 간병 교육을 받으면서 지금은 성당에 다닌다고 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 간병에 대한 이야기, 호스피스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교에서는 병원에서 간병기도나 호스피스에 대한 활동을 하는 것을 못 보았다면서 스님께서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니 반갑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마음 한 쪽 구석은 어딘가 허전한 마음은 왜일까.

“어머님께 기도해 드려도 되겠습니까?”했더니 해도 된다고 해서 이 환자를 위한 기도를 했다.

정토발원 기도와 아미타불 염불을 일심으로 하고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바쁜 일정이 있었는지 딸은 밖으로 나갔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미타 부처님이시여 자비의 손길로 이 중생을 고통에서 어서어서 건져 주시고 극락세계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나무아미타불.”

이곳에 계시는 모든 환자분들 하루속히 고통에서 벗어나고 임종시에는 모든 업장이 소멸되어 이고득락 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춘강정사 주지·제주바라밀호스피스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