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불자들 - 불탑사 거사림회 법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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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불자들 - 불탑사 거사림회 법회 현장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7.07.05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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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불사 정진열기 무더위 녹인다



   
 
   
 
간밤의 무명이 걷힌 지난 1일 오전 6시 30분. 제주시 삼양동 원당봉 불탑사(주지 일현스님)에서 솔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예불소리는 이날따라 굵직하고 우렁차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 오전은 거사림회(회장 강경훈) 회원들이 불탑사 법당에 어김없이 모여든다.

법회에 참석한 불탑사 거사림회 30여명의 회원들은 일주일 동안 정신없이 살다가 여기에 다시 모여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천수경 독경에 이어 부처님께 귀의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에 귀의하며 또 그것을 받들어 행하는 보살님들께오체투지로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를 올린다.

예불의식에서 거사림회원들은 모든 석가모니 부처님과 불·보살, 10대제자인 나한들과 역대조사 그리고 스님들께 마음을 다하여 귀의함을 고한다.

이로써 회원들은 나를 비롯한 모든 중생이 일시에 성불하기를 기원하고 자신 또한 그 청정한 불법을 닦겠다는 자신과의 다짐을 다시 새겨본다.

거사림회원들은 이날 불탑사를 위해 거사림의 힘을 마음껏 발휘했다. 여름 장마철을 맞아 제철을 만난 듯 경내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가는 덩굴과 잔디를 정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날 도량 정비는 비구니 스님이 주석하는 도량이라 힘으로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거사림회원들이 의기투합하게 된 것.

몇 회원들은 집에서부터 잔디를 깎는 예초기를 미리 준비했고, 다른 회원들은 대웅전 뒤편에 소나무 숲 주변으로 뻗어나간 덩굴을 정리하기 위해 낫을 들었다.

예초기의 시동 밸브를 힘껏 당긴다. “부릉, 부릉” 예초기 소리가 적막했던 도량을 깨운다. 유난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여기 저기 삐죽삐죽 솟아났던 잡초며 잔디들은 예초기에 무명초 잘리듯 잘려나간다. 말끔하게 깍은 도량은 푸르스름한 동자승의 두상처럼 단아하면서도 곱다.

거사림회원들은 잔디를 깎으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깨달음을 얻고 다른 사람까지도 구제 하겠다는 삭발의 의미에 알음알음 젖어드는 듯 하다. 잡초를 자르고 덩굴을 제거하며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방울만큼 거사림회원들은 마음의 번뇌도 함께 끊겠다는 서원도 함께 해본다. 빗자루를 들고 있던 보살들도 예초기 뒤를 따른다. 스님들도 강원시절 빗자루 실력을 선보인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한다는 운력. 구름처럼 가볍고 약한 개개인이 힘이 큰 힘을 낼 수 있다하여 운력(雲力)이라고도 하고 힘을 합해 운력(運力)이라고 하던가. “네 마음부터 쓸어라”라 했던 큰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속 더러움까지 쓸린다. 절에서는 일상다반사가 수행이다. 밥을 먹는 것도, 도량을 청소하는 것도 오늘의 이 과정은 회원들의 자신을 스스로 비추는 수행일 것이다.

매달 첫째주 일요일 이른 아침에 부부가 함께 법회를 봉행하는 불탑사 거사림회원들. 재가 불자의 70~80%를 차지하는 여성불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시절, 신도회에서 활동하던 거사림회원들이 5년 전부터 거사림회를 조직해 절의 분위기를 일신하게 된 것.

강 회장은 “남성 불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초파일 신도들이 많았지요. 정기적으로 기도를 봉행하고 불교공부를 하고 싶지만 거사들이 보살님들 사이에 끼어 기도를 올린다는 것이 사실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남자신도들의 의견이 모아져 거사림회가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거사림회이 창립된 계기를 설명했다.

불탑사 거사림회가 생기면서 남자신도들은 그동안 마음속에 갖고 있던 불성이 ‘툭’하고 화두를 내 던지듯 사찰에 그렇게 마음 편히 다닐 수가 없었단다.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스님의 법문을 통해 듣고 회원들끼리 정담도 나누는 등 오늘까지 여법하게 불심을 키워온 것이다.

거사림회원들은 불탑사의 남성 신도들의 활성화를 위해 ‘청년회’ 조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청년회의 활성화는 인적자원이 큰 문제인데 청년회원들의 인원확충을 비롯 사찰에서 적극적인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준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거사림회원들은 사찰의 번영에 크나큰 역할 수 있도록 단단한 주춧돌을 쌓을 예정이다.

도반은 도반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가. 그냥 옆에 있어도 따뜻함을 전해 오는 그런 사람, 작은 행동이라도 너무 따스한 배려가 느껴지는 따뜻한 사람 그런 도반들이 신행단체인 불탑사 거사림회원들이다. 정말 닮아가고 싶은 불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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