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터 우리불자-조순실 간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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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터 우리불자-조순실 간병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7.07.2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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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어린 손길로 희망 전해요”



   
 
  조순실 간병사  
 
내일은 어떨까. 밤사이 일반병실에서 중환자실로 가면 안 될 텐데. 밤새 고민하다 잠을 이룬다. 병과 씨름하며 삶의 회향점을 앞둔 이들에게 그동안의 인생을 정리를 도와주고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그는 제주의료원 법당을 찾아 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향을 사루어 올린지도 벌써 5년째다.

부처님은 복전 중에 가장 으뜸이 간병 복전이라 말씀하셨다. 사람을 보호하고 간호하는 것이 복중에 으뜸이라고 말이다. 정말 복 짓고 싶어 간병사의 길을 걷고 있는 조순실(52) 간병사.

지난 2001년 3월 아라동복지회관에서 간병사교육을 수료한 그는 시어머니를 간병하다가 시어머니의 건강이 호전되자 2002년부터 제주의료원에서 본격적으로 간병사의 길을 걷게 된다.

1병실 3교대로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환경은 젊은 사람도 힘이 든다. 특히 제주의료원 특성상 대부분 노인들의 손 수발을 들어야 하는 간병사의 역할은 더욱 쉽지 않다. 제주의료원에는 장기간 입원환자들이 많다. 대부분 노인들이라 병이 완쾌되고 퇴원하기보다 이곳에서 임종을 맞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사람이 죽는다 것 자체가요. 이제는 감이 오죠. 이분이 이제 이 세상을 떠나시려는 것을요. 그럴 때면 환자의 손을 꼭 잡고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을 염불을 해드립니다. 스님들처럼 전문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느낌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우리가 이 환자들이 피안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게 마지막 역할이랍니다.”

조 간병사가 가장 안타까울 때가 있다. 장기적인 입원으로 환자 가족들이 점차 발걸음이 뜸 할 때다. 그래서 가족과 떨어진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은 점점 커간다.

“저희야 환자들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사를 들어드리는 것이 최고의 병수발”이라고 말하는 조 간병사는 “처절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이 분들은 ‘화병’을 많이 갖고 있다”며 “이런 분들은 마음속에 응어리가 많이 맺혀 있는데 자식들에게 쉬이 털어놓을 수 없는 그런 얘기들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어머니처럼 포근함이 느껴진다.

태어난 자는 늙지 않을 수 없고 늙은 자는 병들지 않을 수 없고 병든 자는 죽지 않은 수 없다는 원초적인 진리를 통해 그는 삶의 생노병사를 깨달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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