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전통사찰 인근 개발행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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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전통사찰 인근 개발행위, 무엇이 문제인가?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7.07.23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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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는 부실행정, ‘민족문화유산’ 훼손 위기



#약천사 문제 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약천사 문제는 지난 1월 전통사찰로 지정된 약천사 인근지역에 A씨가 가족호텔과 휴양펜션을 짓기 위해 서귀포시청에 허가 심의를 요청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서귀포시청의 해당 건에 대한 심의 결과 약천사는 문화재 소장 사찰이 아니어서 문화재보호법에 저촉이 되지 않아 1차 심의를 통과해 건축 허가가 막바지에 이른다.

이때 사찰측에서 공사건을 인지하고 전통사찰 인근에 대한 역사문화보존구역 설정과 관련한 공문을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청 등에 보내면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약천사측의 주장에 의하면 전통사찰로 지정된 사찰의 주지 스님의 요청이 있을 시 지자체장은 전통사찰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전통사찰보존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지난 1월 이후 꾸준히 요구한 위원회 구성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 틈을 노린 사업자 측에서 공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자인 A씨는 사업계획 당시 전통사찰보존법의 존재유무를 몰랐었으며 사찰 수행환경에 해가되지 않도록 처음 계획했던 바비큐장 설치를 포기하는 선에서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찰측에서는 전통사찰보존위원회 구성과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과 관련한 부처간 업무 회람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사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과 함께 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귀포시와 전통사찰 관리를 맡고 있는 제주도에 정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서귀포시청에서는 건축법상 건축행위를 제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최근 조건부 허가를 내주게 됐고, 제주도도 서둘러 전통사찰보존위원회 구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핵심 쟁점은 무엇?



이번 사태의 핵심쟁점은 크게 네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지자체가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을 보존하여 민족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재정된 ‘전통사찰보존법(이하 전사법)’에 명기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있다.

좀더 깊게 들어가보면 먼저 제주도는 약천사의 전통사찰보존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요구가 전통사찰로 지정된 이후 줄곧 있어왔는데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통사찰보존법’ 제7조에 의하면 시·도지사는 △전통사찰 지정 해제의 신청 △전통사찰보존구역의 설정 △전통사찰 역사문화보존구역의 지정 및 사업계획 등의 심의를 위한 ‘전통사찰보존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다.

약천사 부주지 성원스님은 “전통사찰보존위원회 구성에 앞서 허가를 담당한 공무원들이 약천사가 전통사찰로 지정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는 시·도지사가 이행해야할 전통사잘 지정에 대한 고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공사와 관련해 제주도가 전통사찰로 지정만 하고 그 사실을 제대로 고시하지 않아 행정시에서 인지하지 못해 허가건을 진행한 만큼 상급 지자체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사업자인 A씨 또한 이번 공사진행과 관련해 법적근거가 없는 제한 사항을 둬 사업 진행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찰측에서 아직 지정도 되지 않은 ‘역사문화보존구역’ 등을 주장하며 공사진행을 막아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A씨는 “원래 추진하려고 했던 풀장과 바비큐장 등은 휴양펜션업의 부대시설물로서 법률적으로 설치 가능한 시설”이라며 “갖가지 방법으로 공사를 막아온 것에 대해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풀장과 바비큐장도 함께 설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셋째,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제주도 또한 난감한 입장에 처해있다.

전통사찰보존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전사법’에서 규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인물을 위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사법’에 의하면 ‘전통사찰보존위원회’는 전통사찰 주지를 비롯해 불교문화 전문가 등을 5인 이상 포함한 역사·전통문화·전통사찰·문화재 등에 학식이 풍부한 전문가 9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보존위원의 임기는 2년이며, 전통사찰의 지정해제 신청 심의와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 및 주요 개발계획을 심의하게 된다.

또 전통사찰보존위원회가 구성돼 대통령령 등이 규정한 경내지 반경 500m를 ‘역사문화보존구역’으로 설정하면 해당 토지의 소유주들이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할 우려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사찰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조차도 위원회 구성과 역사문화보존구역 설정과 관련해서는 권고할 따름이지 강제성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역사문화보존구역에 포함되는 토지 소유주들의 땅을 구입해야하는데 이는 예산상으로 문제가 많다”며 “이같은 이유로 아직까지 국내 어느 지자체도 역사문화보존구역을 설정한 예가 없다”고 행정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네 번째 쟁점은 행정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전통사찰과 인근지역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멀어질 경우 약천사와 비슷한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되면 약천사와 관련한 이번 사건이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전사법 제3조에서 밝힌 “누구든지 전통사찰의 존엄 및 수행 환경을 존중하고 이를 훼손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각종 공사나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자는 전통사찰의 역사적·문화적 가치 등을 훼손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전통사찰 지정과 관련한 지자체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에 앞서 해당 전통사찰에 대한 지형도 제작비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보존구역 지정을 위한 토지 지형도 제작과 관련된 측량비용 전액을 해당사찰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각 전통사찰이 소유 토지를 측량한 결과를 담은 지형도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도청입장에선 전통사찰들의 재정여건을 감안해서 도 예산을 지원하고 싶지만, 관련 법 근거가 없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책은 없나?



이번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찰과 사업자만의 문제를 벗어나 지역주민들까지 합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행정처리 기한과 인적구성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공사허가를 내주고 전통사찰보존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과 토지소유주 등이 합세해 역사문화보존구역 설정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사문화보존구역이 설정되면 땅값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어떤 개발행위가 안될 것을 우려하며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서명운동을 벌이는 이유다.

특히 몇몇 주민들은 그동안 약천사가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해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위한 개발을 막아왔다는 루머를 살포하기도 하면서 갈등의 골이 미숙한 행정처리를 한 자치단체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사찰측에 포화가 집중되는 양상을 띠면서 근거없는 비방까지 난무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성원스님은 “이번 일은 행정당국의 원칙없는 행정처리에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을 사찰에 돌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이같은 사실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할 것이며 사찰의 수행환경 수호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제주도도 이달 말까지 전통사찰보존위원회 구성을 완료한 뒤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통사찰 주지스님과 지역주민, 역사문화보존구역 내 토지소유주들이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도내에서는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맞물려 전통사찰 또한 우리민족의 소중한 문화 유산임을 바로 알고 원칙있는 행정을 펼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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