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스님의 호스피스 일기<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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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스님의 호스피스 일기<28>
  • 수상스님
  • 승인 2007.07.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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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心 정토염불 하면 극락왕생 할 것”



제주바라밀호스피스회원의 ○○거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 임종소식을 듣고 간단히 준비하고 얼른 제주대학병원으로 갔다.

영안실로 들어가 보니 가족들이 와 있었다. 영안실로 가기 전 간단하게나마 김○○ 영가를 위한 임종염불과 정토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를 했다.

중환자실에 있었기에 어제는 조금 괜찮아 오늘 즈음 병실로 옮기려고 했다면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에 미안함에 마음이 미어졌다. 중환자실을 자주 찾아 기도 해드리지 못한 내 마음 또한 아파왔다.

지난번 투석 받을 때 기도해 드렸다. 그날 너무 힘든 와중에도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받았으니 기도하는 동안 김○○ 영가는 보살의 얼굴을 한참 보다가도 고통이 밀려오는지 힘들어했다.

내 얼굴을 보며 나무아미타불을 하다고 또 고통이 다가오면 몸에 경련이 일어나 힘들어했다. 힘들어하면서도 내가 기도하는 내내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려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도 하루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렸다. 그 당시에도 가족들은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임종을 맞아 슬퍼하는 가족에게는 “그래도 아버님께서는 그동안 고통이 심하셨는데 이제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신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비록 임종의 순간을 지키지 못했지만 입관기도를 할 때 지극한 마음으로 했고 장례기간 동안 일심으로 정토염불을 하면 반드시 이고득락하여 극락왕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타 부처님이시여! 오늘 임종하신 김○○ 영가의 과거전생에 지은바 일체 모든 업장을 소멸하여 주시고 살아생전 모든 원한과 미련,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시어 아미타부처님의 자비 손길로 감싸 주시고 안아 주시어 극락세계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김○○ 영가시여, 부디 극락왕생 하시옵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극락도사아미타불.

다음날 의료원법당에서는 병실에 있는 노스님이 내가 늦게 오는 줄 알았는지 목탁을 치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스님을 모시고 온 자원봉사는 옆에서 경전을 읽으며 함께 기도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와 잠깐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원무과장님과 어떤 거사님이 법당으로 오더니 아는 환자가 지금 위암말기로 위중하다면서 상담을 좀 해달라고 한다.

법당으로 와서 상담을 간단히 하고 그들과 환자를 위한 기도를 해 드렸다.

“진작 여기 법당이 있는 줄 알았으면 좋았을 걸”하면서 무척이나 아쉬워했는데 지금이라도 법당에 오게 된 인연을 고마워했다.

춘강정사에 있다고 하니 “우리 아버님도 춘강 재활의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다”하며 반가워한다.

이 환자는 뇌졸증으로 장애 1급을 받았고, 그간 많은 고생을 했는데, 나중에는 위암으로까지 번져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병실을 들렸더니 간호사가 오늘 오전에 한 환자가 임종 했다면서 조금 전에 영안실로 옮겼다고 한다.

아쉬운 발걸음을 안고 영안실로 내려가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제 스님께서 기도를 해 주셔서 아버님께서 그래도 편안하게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저희들 마음도 가볍고 편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입관시간이 언제 입니까?”라고 물으니 오후라고 한다. 그래서 “제가 오후에 다시 와서 입관기도를 해 드릴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영안실을 나왔다.

오후에 다시 제주의료원 영안실로 갔는데 막 입관을 시작하고 있어서 바로 향을 피우고 입관 기도에 들어갔다. 영가님의 얼굴을 보니 가족들의 말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입관기도와 성복재를 했다.

이 환자와는 비록 짧은 인연이었지만 아마도 전생에 인연이 깊었던 것 같다. 이렇게라도 인연이 되어 부처님의 정토법문을 듣고 갈수 있었던 것은 김○○ 영가의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임종한 김○○ 영가님이시어! 부디 아미타 부처님의 자비 품에 안기어 극락왕생 하옵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극락도사아미타불.

/춘강정사 주지·제주바라밀호스피스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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