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사 혼아름케어봉사단 주최 ‘무료 진료’ 현장
상태바
보석사 혼아름케어봉사단 주최 ‘무료 진료’ 현장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7.07.26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슬땀’ 정성 모아 ‘불국토’ 꽃피운다



   
 
   
 
지리한 장마 중 쨍한 햇빛이 더욱 후텁지근했던 지난 15일 성산읍 수산리 보석사 도량. 사시불공을 막 마친 시간인데 도량이 분주하다. 삼삼오오 모여든 노인들이 어림잡아 50여명. 이날은 보석사(주지 대현스님)가 주최하고 보석사 부설 혼아름케어봉사단이 주최한 무료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시외권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몸이 불편하더라도 시내 대형병원에 가서 진찰 받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더라도 참고 견뎌온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대부분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날 진료는 한방·양방 협진병원인 제주시 미듬병원(병원장 노용현)의 후원으로 성산읍 관내 노인들의 허리와 무릎, 골다공증(골밀도) 진단까지 진행됐다.

접수에 이어 간단한 혈압측정 후 봉사를 나온 간호사의 문진 등으로 각자 진찰 받을 과목을 정한 노인들은 보석사 도량에 세워진 천막안에서 해를 피하며 나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는 아무 시설도 없는 절집에서 하는 치료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신반의하는 노인들의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짐작은 숙련된 침술을 선보인 노 원장과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대하듯 친절함으로 무장한 간호사 및 병원 직원들의 정성까지 더해져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허리가 아파 지팡이를 들고왔던 노인과 무릎을 펴지 못해 구부정한 모습으로 들어왔던 몇몇 노인들이 약 15분여의 침 처방을 받은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허리와 무릎을 곧게 펴고 걸어다니는 모습 본 노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함께 고질병을 고칠 수 있겠다는 기쁨의 미소가 한껏 피어났다.

이날 봉사에 나선 것은 병원뿐만이 아니다. 노안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해 그린안경원 성산점에서도 안경사들이 나와 일일이 시력을 측정하고 돋보기 안경을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장마가 잠시 걷힌 날씨에 밭작물과 감귤 과수원에 병해충을 막기 위해 농약을 치러 나가버린 노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전에는 사람이 별로 안모였다는 주지 대현스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아픈 노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덧 진료를 받고 나간 노인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져서일까 사찰에서 제공한 점심공양을 한 봉사단과 병원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면서 밭일을 뒤로하고 너나 할 것없이 케어봉사단원의 차량과 해병대 전우회가 제공한 환자수송용 차량이 쉴새없이 노인들을 실어나른다.

성산읍 수산리에서 왔다는 김경석 할아버지(72)는 “농약을 치러 갔다가 절에서 무료진료를 하는데 솜씨가 여간 아니라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찾았다”며 “진찰 한번 받으려면 하루를 들여 제주시까지 다녀야 한다”며 “돈이며 시간이 아까워 참고 있었는데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연신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무료진료 행사를 주최한 보석사 주지 대현스님도 “성산지역에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3000여명 가까이 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만성질환을 안고 그냥 참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준비하게 됐다”며 “140여명의 케어봉사단원들이 성산과 표선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 앞으로 단원들에게서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후 시내권 대형병원과 연계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까지 접수를 마치고 진찰을 받은 노인들은 어림잡아 200여명. 처음에는 독거노인들만 대상으로 실시하려고 했지만 모두다 우리의 부모이기에 가급적 많은 노인들에게 잠시나마 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케어봉사단의 설명이다.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포기했던 치료의 밝은 빛을 노인들은 보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병원 직원들에게는 보시행의 뿌듯함을 줬던 이날 행사는 끝이 났지만 돌아가기 위해 장비를 챙기는 이들에게서 약사여래의 푸근한 미소가 비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