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선원 동안거 결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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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선원 동안거 결제 현장을 가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7.11.2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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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푸름이 다녀간 나뭇가지에 마지막을 떨구는 잎새는 숭고함마저 든다. 시절인연 따라 잎들이 피고 지듯 수행의 흐름도 멈춤이 없다. 오히려 그 멈춤 없는 시간에 채찍을 가해 간절한 구도심을 불태우려는 납자와 재가불자들이 동안거에 들었다.

한라산 남녘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한 남국선원(주지 성묵 스님) 동안거 풍경은 꽃이 피고 잎이 자라듯 조용하고 자연스러웠다.

동안거 결제 일을 이틀 넘긴 지난 26일. 이곳에서 수행하는 대중들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행법인 간화선 수행을 하고 있다. 남국선원에 둥지를 튼 수좌는 27명. 이 가운데 스님 7명은 무문관(無門關)에서 aaaaa폐문정진aaaaa에 들어간다. 법납 36년이나 되는 최고 수좌인 성월 스님도 선방에서 정진하다 이번 무문관에 방부를 들였다. 이 외에 제방선원 수좌들도 법납은 낮지만 정진에의 열정은 남다르다.

무문관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는 하루 한 끼 공양물이 오가는 공양구다. 그 작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산천조차 번뇌의 미알 같아 마음을 접고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어그러진 마음을 바로 잡는다. 문무관에 방부를 들인 수좌들은 오로지 묵언정진 할 뿐이다. 편지와 소포, 전화는 물론 독서와 간단한 취미생활도 할 수 없다. 오로지 각자가 지닌 화두를 깨우쳐 우주전체와 내가, 대중전체와 내가 둘이 아닌 이치를 깨우치는 정진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 무문관 2층 제방선원에 자리잡은 20명의 수좌들도 aaaaa도대체 알 수 없는 이것aaaaa을 향한 목숨 건 정진에 몰입한다.

좌복에 앉아 면벽(面壁)한 채 화두를 참구하는 제방선원의 정진은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자성불에 귀의하는 죽비예불로 참선에 들어가 새벽 5시까지 수행이 계속된다. 이어 6시 발우공양을 마친 스님들은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참선에 들어간다. 참선이 끝나면 스님들은 가사를 걸치고 대웅전에서 외호대중들과 함께 사시예불을 드린다. 이어 오후 3시부터 5시, 7시부터 10시까지 용맹정진이 반복된다.

바람에 나부끼는 자연의 소리마저 화두에 던져 넣고 하루 10시간씩 이어지는 정진 동안 온갖 지식과 고정관념을 잠재워야 한다. 깨닫겠다는 한 생각마저도 쉬고 또 쉬어야 하는 것이다.

남국선원은 다른 선원과 달리 자율 정진이 없다. 예불·공양·취침·기상을 똑같이 대중들과 더불어 규칙을 준수하며 생활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할 정도다. 특히 50분 좌선 10분 포행은 재가불자에게만 해당할 뿐 수좌들은 포행시간 조차 아까울 따름이다. 3시간 가부좌를 틀고 나면 바로 방선(放禪)으로 이어진다. 해제일을 10여일 남겨놓고 오름을 오르는 포행이 유일하다. 남국선원의 경우 수좌들에게는 울력도 없다. 오로지 진실을 깨우치기 위해 정진하고 또 정진한다.

도대체 이들은 왜 여기에서 고행을 자처하는 것일까. 하루 종일 참선을 반복하며 뼈와 살을 깎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 십 년간 제방선원에서 수행정진 해 온 남국선원 주지 성묵 스님은 "수행자라면 고행을 이겨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야 순수하고도 맑은 자기 본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묵 스님은 "정진하는 수좌들을 보면 사바세계에게 그 모습보다 아름다운 작품은 없을 것"이라며 "참선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행복하고 인간답게 사는 삶의 가르침을 얻는 공부"라고 강조했다.

성묵 스님은 "그 속에 깨달음을 일깨워줘서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혜의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덧붙였다.

동안거 현장은 한라산 허리에 걸려 미동도 않던 구름과 나뭇잎이 소곤거리며 떨어지는 소리조차 깨침을 향한 구도의 열기를 막을 수 없는 드 했다.

/이병철 기자

남국선원

남국선원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고경스님이 움막을 지어 살았다는 유래가 전해 내려오나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없다.

이후 혜국 스님(남국선원 선원장)이 1969년 움막을 지어 수행하던 자리에 1977년 인법당과 요사를 건립하면서 남국선원을 개원하게 된다.

남국선원은 전국 납자들이 몰려들면서 1990년부터 95년까지 대규모 불사를 들어가 231㎡규모의 대웅전과 2층으로 된 330㎡ 규모의 무문관과 제방선원을 완공했다. 이후 330㎡에 이르는 누각 형태의 시민선방과 198㎡규모의 지대방 그리고 삼성각·종각·보현실 등 수행도량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남국선원 스님들의 수행 열기는 재가불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안거 기간은 물론 둘째·넷째주 토요일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시민선방에서 aaaaa참 나aaaaa를 찾고자 하는 구도의 열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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