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 스님의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47>“나의 법에는 신분·계급 일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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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 스님의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47>“나의 법에는 신분·계급 일체 없어”
  • 승인 2008.12.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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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추어 둔 것이 없다(2)



부처님의 사촌인 제바달다가 부처님을 해치려 한 것처럼 실제로 살다보면 자기를 힘들고 어렵게 하는 이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일 때가 많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앙굴리마라라는 제자가 있었다. 불교에 귀의하기 이전까지 앙굴리마라는 바라문 수행자였다. 성격이 온순함에 따라 옆을 보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이 포교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스승의 부인이 앙굴리마라를 유혹했고, 앙굴리마라는 유혹을 뿌리쳤다.


이에 스승의 부인은 앙굴리마라를 유혹한 사실을 스승께 일러바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남편에게 “앙굴리마라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거짓말했다.


아내의 모함을 믿은 스승은 앙굴리마라를 불러 “100명의 손가락을 잘라 오면 세상의 도를 얻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앙굴리마라는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손가락을 얻을 수 없었고, 결국 사람을 죽여 손가락을 모으기 시작했다. 99명의 목숨을 해친 후 나머지 1명을 해치려는 순간 자신의 어머니임을 확인했는데 이때 수행자가 나타나자 앙굴리마라는 수행자를 쫓아 날뛰기 시작했다. 수행자는 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는데 앙굴리마라는 부처님을 해치기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이때 부처님께서 “나는 제자리에 서 있는데 너는 서 있지 못하느냐”고 질타했고 순간 앙굴리마라는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법은 더러움 씻어주는 깨끗한 물과 같고


법에 들어오면 바닷물처럼 서열 사라져”





“부처님 분상에선 중생 모두 동일한 종자


차별은 오로지 중생심에서 생겨나는 것”






앙굴리마라가 참회하고 정법에 귀의함에 따라 부처님은 부모마저 죽이려했던 앙굴리마라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아무리 악하고 독하더라도 마음을 바꾸면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또 한명의 제자 가운데 불가촉(不可觸)천민 출신인 니이다이가 있었다.


니이다이는 인분(人糞)을 나르는 ‘똥꾼’이었다.


어느 날 니이다이가 인분을 나르기 위해 좁은 길을 빠져나가는데 부처님이 다가오는 모습을 목격하자 어찌 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 바람에 인분이 뛰면서 부처님과 니이다이를 덮치게 됐다. 니이다이는 부처님께 울며 사죄했다.


이때 부처님은 니이다이의 손을 내밀며 “일어나거라 니이다이야, 함께 강물로 씻으러 가자”고 했다.


니이다이는 “저같이 천한 자가 어떻게 부처님과 같이 가겠습니까”하고 거절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니이다이를 일으켜 세우며 “염려하지 말라. 나의 법은 더러움을 씻어 주는 깨끗한 물과 같고 저 바다와 같다. 들어오기 전에는 여러 가지 계급과 신분으로 인해 서열이 있겠지만 나의 법에 들어오면 바닷물이 하나되듯 신분이나 계급은 일체 없다”고 말씀했다.


목욕을 한 후 부처님은 니이다이를 제자로 삼았다.


이처럼 중생들의 사고에서 볼 때 현상세계에서는 지위의 높고 낮음이 있을 뿐 부처님 분상에서 보면 다같은 부처의 종자를 갖고 있음에 따라 높낮이가 없다.


이처럼 중생들도 업에 따라서 다를 뿐 부처님 분상에서 보면 누구든 동일한 종자인 것이다. 차별은 중생심에서 나는 것일 뿐이며, 부처님 법에는 없다.


부처님께서 불가촉천민 출신인 니이다이의 손을 붙잡아 일으키고 손수 몸을 씻어준 것은 사성제 계급인 당시 신분제도와 가치관을 타파하는 것으로 인간존중의 위대한 가르침이다.





<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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