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연 스님의 마음을 열어주는 불교이야기<38>마음에 새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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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연 스님의 마음을 열어주는 불교이야기<38>마음에 새기는 이야기
  • 승인 2008.12.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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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무상한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종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던 무자년은 정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풍파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잠시 우리 주변으로 시야를 좁혀 볼까요?


자녀의 학업 문제로 자식보다 부모가 더 고민하는가 하면,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몽땅 날려버리게 되자 멀쩡했던 사람이 안녕이란 말도 없이 밤새 저승길로 먼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리 만치 험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요.


저마다 삶의 방식이 각양각색 천차만별이듯이 중생의 성품도 그와 같습니다.


간절한 기도 덕에 운 좋게도 가피와 감응과 소원성취를 이루었다며 한동안 뜸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허겁지겁 관음을 찾고 지장의 원을 세우며, 지옥을 부수겠다고 부처님을 목놓아 애절하게 부르던 보살님.


불법 중에 진국은 연기법이며 만법은 어쩌고저쩌고 피 토하듯 강의하는 스님 말씀을 듣고, 마음 가운데 평화를 얻어 곧잘 절도하면서 ‘다 내 탓이오’ 하며 말수가 줄어든 보살님.


세상만사 그렇고 그렇듯이 말대로 될 듯 될듯하다가 안 되니, 안 되는 것도 인연의 소치라 여기며 거듭 태어나려는 용맹 보살님도 있었지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이유 없이 휙 하고 바람처럼 살아지던 보살님은, 어느 날 어떤 연유에선지 아픔이 컸던 지난 해 이야기를 주섬주섬 마치고 참회를 하셨습니다.





“한 생각 돌려 자비 눈으로 세상 관조하면


모든 것이 내 것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것”





“스쳐 가는 바람처럼 흔적 남기지 않을 때


삼륜(시주·시물·시자)이 청정하게 됩니다”






사업은 사업주가 하지만 백성이 도와줘야 회사가 살 수 있는 것이라며, 평상시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어떤 보살님의 깊은 속내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자기 가족을 사랑하듯 상대방을 자비의 눈으로 보고 대하겠다는 뜻을 품었으나 실행에 다 옮기지 못함이 천추의 한이라던 보살님.


‘내가 잘 해주면 당신도 잘 해주며, 당신이 웃으니 우리는 즐겁도다’ 하는 이론에는 훤한데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그놈의 자존심 때문이라던 보살님.


많이 가진 자가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호주머니에서 단돈 천원 꺼내기란 어렵지요.


한 생각 돌려 세상을 관조해 보면, 다 내 것인 동시에 모두의 것이고, 지갑 속의 돈도 삿갓을 쓰지 않았을 뿐 나그네에 불과한 것입니다.


사람 나고 돈 났는데 돈이 주인 노릇하면 주객이 전도되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돈이 나그네라면 주인은 분명 나인데, 주객이 바뀐 채 자신을 망각한 그 허상의 주인은 필요하다는 온갖 명목을 대어 앞뒤 가리지 않고 싹쓸이하는 몹쓸 병에 걸립니다. 그러면 부처님도 부처님으로 보지 못하고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려 들지요.


이 병에 한번 걸렸다 하면 된통 걸리게 되니, 걸리기만 하면 스님이나 무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나그네인 내 돈이라도 잘 단속하지 못하면 화를 불러오는 것이니 지혜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돈 그 자체는 종이나 쇠붙이에 불과하여 어떤 힘이나 권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사람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큰 힘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나그네일뿐 주인이 아닙니다.


스쳐 가는 바람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을 때 시주·시물·시자 즉, 세 무더기(三輪:삼륜)가 청정할지니,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간절히 외치신 말씀입니다.

나그네와 같이, 버리고 떠날 줄 아는 것도 참 불공입니다.





<경인불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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