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연 스님의 마음을 열어주는 불교이야기<39>묵은해 새해는 마음 밖에 허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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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연 스님의 마음을 열어주는 불교이야기<39>묵은해 새해는 마음 밖에 허망한 것
  • 승인 2009.01.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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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은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를 알지 못해 마음 밖의 경계에 끄달립니다.

자성 청정한 마음은 나뉠 수 없는 완벽하고 완전한 부처지만, 한 생각 미혹에 무명을 일으켜 생사가 벌어집니다.


생멸 세계는 선과 악·사랑과 증오 등과 같은 이분법으로 인해 심리적 괴로움이 발생하고, 내·외면을 이루는 삼라만상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영원하지 않은 시간에 집착하여 전생(과거)은 묵은해라 하고, 현생(현재)은 새해라 하며, 내생(미래)은 오는 해라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새해라 하는 그 새해는 곧 묵은해가 될 것이며, 미래에 올 새해라 하더라도 만날 때는 오늘인 것이니 과거·현재·미래는 고정된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편의상 정해 놓은 것입니다.


두개의 갈대가 서 있게 된 인연을 살피자면 이것과 저것이 상호 연기적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갈대는 자성(고정된 실체)인 동시에 자기를 버려 법성으로 모두가 살아가는 법신의 세계입니다.


이 공한 법성은 무한하며, 무차별이고, 영원한 것이니 오로지 신령함입니다.


부처만이 부처가 아니라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중생이기 때문에 부처가 될 수 있는 인연입니다.


부처의 세계에서는 시공(時空)이 대립하지 않고, 융합하는 법계가 되어 현상계의 차별과 모순은 사라지게 됩니다.


의상조사는 이를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으로 표현했습니다. 시간의 구세(九世)는 곧 영원한 세계(十世)요 영원한 세계는 곧 시간의 세계이니, 그래서 뒤죽박죽 혼란 되지 않고 당당하게 서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성 청정한 마음은 완전한 부처지만


한 생각 미혹 무명 일으켜 생사 결단”





“모든 생명의 본질은 동일할 뿐 아니라


만물의 존재법칙은 인연과 화합입니다”






자연과학의 자전과 공전 원리를 볼 때, 시간은 스스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일뿐 새해와 묵은해가 따로 나뉠 수 없습니다.


이는 바로 시간이란 것이 무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부처의 법등을 밝힌 마음에 뜨는 해나 동해에 솟아오르는 형상의 해나 눈망울에 타오르는 생기 충만한 해나 고사리 같은 예쁜 손으로 그린 해나, 경계에 끄달려서 마음이 요동치는 분별심으로 보면 모양은 분명히 다르게 나타나지만 근원적 본질은 완전한 부처의 세계로써 같은 해인 것입니다.


좀 더 부연하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서력기원의 새해인 2009년은 단군기원으로 4342년, 바라문교의 창조신인 범천으로는 3005년, 불기로는 2553년으로 각각 성인이 오신 날을 기리어 새해의 기준을 만든 것일 뿐입니다.


모든 생명의 본질은 같습니다. 또한 만물의 존재 법칙은 인연과 화합입니다.

작위적으로 만든 창조가 아닙니다. 서구문명에서 절대적 존재이자 전지전능한 신(神)을 향해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생명의 존속 여부는 업력에 따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일뿐 부처의 세계는 오고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상을 알지 못하는 중생의 무지는 새해라는 이름에 이끌려 2009년 1월1일의 일출을 보러 새해맞이를 떠나는 기나긴 차량 행렬을 이룹니다.


어쩔 수 없이 중생은 시간 속에 머물러야 하나 봅니다. 해오름 기도를 봉행하고 새해 인등을 밝히며 나름대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나 진실한 불자는 자기 마음 가운데 법등을 밝혀 시간과 생사를 초월합니다.


<경인불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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