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 스님이 전하는 aaaaa낭의 소리aaaaa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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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 스님이 전하는 aaaaa낭의 소리aaaaa <4>
  • /제하 스님
  • 승인 2009.03.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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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무소유, 그리고 대자유


   
 
   
 
피었다 시들 때가 되면

꽃을 떨어뜨리는 ‘위사가 나무’처럼

아아 비구여, 그대 또한

음(淫)․노(怒)․치(痴)를 떨어 버려라.

몸도 고요하고, 말도 고요하고

마음도 고요하고 그윽함을 지켜

이미 세상일 버린 비구는

‘고요하고 고요한 사람’이라 불린다. - 《법구경》 비구품

어린 새잎이 햇볕에 반짝이는 이른 봄의 나무에 가슴 설렌다.

빛 고운 꽃으로 뒤덮인 나무는 아득한 황홀함이다.

무성한 잎으로 너른 그늘을 주는 나무는 믿음직하다.

그러나 꽃도 잎도 다 떨어진 나무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아무런 수식도 수사도 없는 담백함이다.

버석하니 마른 수행자의 당당한 뒷모습이 주는 비장함이다.

욕망의 꽃과 노여움의 잎과 어리석음의 가지가 다 떨어진 속박을 여윈 수행자의 자유다.

가을 들물처럼 흐름 없이 흐르는 수행자의 고요다.

나의 욕망도 때가 되면 눈물처럼 뚝. 뚝. 떨어지는 동백꽃 같은 욕망이라면, 위사가 나무 꽃같은 욕망이라면 좋겠다.

햇볕에 바라고 바람에 찢어져 눈살 찌푸리게 하는 꽃잎을 질기게 달고 있는 비굴한 나무가 아니면 좋겠다.

더 이상 떨어질 욕망의 꽃도, 바람에 날릴 노여움의 잎도, 눈에 찢길 어리석음의 가지도 없는 모든 것을 다 떨어뜨려 낸 겨울나무면 좋겠다.

고요하고 고요한 사람, 아름다운 수행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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