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법화불교대학장 혜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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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법화불교대학장 혜경 스님
  • 승인 2009.03.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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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관음정사(주지 효덕 스님)는 출가재일(3월 4일)·열반재일(3월 11일)을 맞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기도정진법회를 봉행했다. 관음정사는 열반재일인 11일 전 법화불교대학장 혜경 스님을 초청, 법좌를 마련했다. 스님은 법문을 통해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는데 행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정리=이병철 기자








“세상 바로 보는 눈뜨면 모두 행복해져”





   
 
   
 




오늘은 부처님의 열반재일(涅槃齋日)입니다. 재일은 몸을 깨끗이 해서 부정한 일을 저지르지 않고 신심을 청정히 해서 스님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열반재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 즉 마음 편안한 곳으로 가신 날(음력 2월 15일)을 말합니다.


열반재일은 불교의 4대 명절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오신날만 명절로 아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출가재일, 열반재일, 성도재일 등 4대 명절만큼은 반드시 절에서든 집에서든 자신의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청정히 닦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열반은 인도어로 ‘니르바나(Nirvana)’, 팔리어로는 ‘니빠나(nibbhana)’라고 합니다. 열반이란 활활 타는 불꽃이 한번에 꺼지는 것으로 우리 마음속의 번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즉 마음이 편안한 상태, 깨달음을 이룬 상태를 말합니다.


부처님의 열반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부처님이 어떻게 우리 곁에 오셨는지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생사를 표현한 그림을 ‘팔상도(八相圖)’라고 합니다.


부처님을 맨 처음 호명보살(護明菩薩)이라고 했는데 도솔천에 계셨습니다. 호명보살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 누구의 뱃속으로 들어가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정반왕과 마야부인 사이에 왕자로 태어나게 됩니다.


마야부인이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산기를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산나무 등에 제를 지내듯 석가족은 당시 무우수나무 아래서 제를 지냈는데 마야부인은 무우수나무 아래서 가지를 잡고 태자를 잉태하게 됩니다. 그러나 벽화 등에 보면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부처님이 나왔다고 되어 있는데 그것은 일종의 설화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당시 인도는 철저한 계급사회였습니다. 피라미드 형태의 계급사회가 오늘날까지 존속하는데 최상층 계급이 바라문입니다. 당시 벽화 등에는 바라문은 입에서 나온다고 그려져 있습니다. 그 다음 계급인 왕족은 옆구리에서 나오고, 평민은 현재 우리와 똑같고, 천민은 발끝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부처님이 마야부인의 옆구리로 태어났다는 것은 당시 문화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태어난 후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거룩하고 존귀하다는 뜻입니다. 즉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것으로 내가 제일 소중하듯 나를 이루는 남 또한 존귀하다는 것입니다. 불살생(不殺生)이 계(戒)의 첫 덕목인 것도 이와 같습니다. ㅍ

태자로 자라던 부처님이 궁궐 밖으로 나가서 늙고, 병들고, 죽은 백성들을 보게 됩니다. 이같은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를 결심하게 됩니다.


출가 전 아내 야소다라가 아들을 낳게 됐고, 아들의 이름을 ‘라훌라’라고 짓습니다. 라훌라는 ‘장애’라는 뜻으로 출가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처님은 혈육 등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출가하게 됩니다. 당시 인도의 수행자들은 고행을 많이 했는데 부처님도 설산에서 고행을 하게 됩니다. 대웅전 벽화를 보면 부처님이 설산에서 뼈가 앙상한 채 가부좌를 틀고 수행하는 그림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몸을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몸만 괴로울 뿐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설산에서 내려옵니다. 니련선하에서 목욕 재계하고 수자타라는 여인으로부터 우유죽을 공양받고 기력을 회복해 갑니다.

남방불교 수행자들은 대부분 탁발을 통해 보시를 받습니다. 이들 수행자들이 보시에 대한 생각은 내가 있기에 불자들에게 보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불자들은 내가 은혜를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수행자들에게 보시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이가 부처님이지만 우리가


눈을 뜨지 못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








부처님은 21일 동안 선정에 든 후 마지막날 새벽 별을 보고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즉,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이 깨치고 난 후 주변에 보이는 것마다 부처님이 아닌 것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곧 부처님인 것입니다. 그래서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이라’고 했습니다. 즉, 이 세상 곳곳에 부처님이 계시니 하는 일마다 불공의 정신으로 하자는 뜻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부처님인데 우리가 눈을 뜨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이성계가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지고 내려오는 꿈을 꾸자 무학대사에게 해몽을 부탁했습니다. 무학대사는 ‘세로에 해당하는 가운데는 사람을 표현하고, 가로지른 한 일(一)자 세 개가 합쳐서 왕(王)자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무학대사의 해몽 후 그 용기로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게 됐습니다.


왕은 외로운 자리입니다. 하루는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스님, 오늘은 나를 임금이라 여기지 말고 옛날처럼 농담도 하고 지내자”고 말한 후 “스님을 보니까 돼지 같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무학대사는 이성계를 보고 “임금님을 보니 큰 임금님 같다”라고 했고, 이에 이성계는 장난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화를 냈습니다.


무학대사는 이성계에게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임금 눈에는 임금만 보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돼지 눈으로 보면 돼지처럼 보이고, 부처님의 눈으로 바라보면 전부 부처님처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생들은 눈을 뜨고 잠자는 물고기와 같습니다.





“중생의 눈으로 보면 중생만 보이게 되고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모두 부처로 보여”






목탁은 원래 고기 모양입니다. 물고기는 눈을 뜬 채 잠을 자는데 지금 우리가 눈뜨고 자는 꼴입니다. 눈을 뜨되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의상조사 법성게에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내가 깨닫는 대상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같다는 것으로 자기가 아는 것만 안다는 것입니다. 중생의 눈으로 보니까 중생만 보이는 것이고, 깨달은 사람이 보면 모든 것이 다 부처인 것입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는 것인데 행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뜨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깨달은 후 다섯 비구에게 사성제(四聖諦)를 설합니다. 이후 팔정도(八正道), 12연기 등의 법문을 설하십니다.


49년 동안 설법을 하시고 왕사성을 떠나 쿠시나가성에서 열반을 맞게 되는데 머리는 북쪽을 향하고, 오른손으로 팔베개를 하시고 얼굴은 서방정토를 향하시어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렇다면 석가모니와 부처님은 어떤 관계인가. 우리에게 진리를 설한 분을 부처님이라 하고 그 진리를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해 나타난 사람을 여래(如來)라고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고 가신 것입니다. 부처님의 죽음은 없습니다. 단지 옷을 갈아입으러 가신 것뿐입니다.


결국 우리의 죽음도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갔다가 다시 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자신을 호명보살이라고 생각하시고 생활하십시오. 내가 부모님을 선택해서 내가 왔고, 내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은 세상을 건지러 왔다고 말입니다. 작게는 우리 식구부터 지옥에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크게는 모든 중생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말이나 행동을 저축한다면 사후에 되돌려 받게 돼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웃는 얼굴로 다니는 것입니다. 얼굴에 미소가 피고 그 미소가 자신의 인품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들 마음에 행복이 찾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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