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5>편안함의 나락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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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5>편안함의 나락에 빠지지 말자
  • 승인 2009.03.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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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천읍 와흘리 소재 팽나무.  
 


수도하는 사람은 마치 나무토막이 물에 떠서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것과 같다.


양쪽 기슭에 닿지 않고 누가 건져 가거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썩지도 않는다면, 이 나무토막은 마침내 바다에 다다를 것이다.


우리들도 이와 같아서 탐욕에 빠지거나 그릇된 일에 휩쓸리지 않고 정진에만 힘쓴다면 반드시 뜻을 이룰 것이다.


- 《42장경》 제27장






잿빛 승복은 어중간한 회색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빛을 합한 흰색과 세상의 온갖 색을 한데 모은 검은색을 더한 빛깔이다.


빛과 색의 합일이다.


모든 빛과 모든 색의 절묘한 조화로 이루어진 색이다.


하얀색이 아니고 검은 색이 아니라서 회색이 아니다.


이 두 가지 색의 아름다운 화합이다.


기막힌 조합이다.


정진은 어떠한가.


어정쩡한 중간으로는 안 된다.


‘공부하다 죽어라’는 혜암 스님의 말씀.


살구씨 기름의 향기에 숨막히는 유혹을 느끼는 여우의 목마름과 죽은 나무 토막같은 담담함의 조합이다.


‘공부하다 죽어라’를 이마에 붙이고 나는 지금 어느 경계에 서있는가.


대원해(大願海)에 이르고야 말 것이라는 서원을 세운 나는 어디쯤에 서 있는가.


이쪽과 저쪽에 닿아 머물고 있지는 않는가.


누군가가 건져 가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가.


소용돌이에도 휩쓸리지 않고 있는가.


방편이라는 미명하에 편안함의 나락에 빠진 것은 아닌가.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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