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상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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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상허 스님
  • /정리=이병철 기자
  • 승인 2009.03.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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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불교정토거사림(회장 김태숙)은 지난 15일 창립 16주년을 맞아 서귀포시 토평동 거사림회관에서 상허 스님(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을 초청,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상허 스님은 ‘나의 극락을 찾아서’ 라는 주제로 법문을 했는데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마음 속 부처, 나의 극락 스스로 찾아 나서야”


   
 
   
 
‘人生命若水泡空(인생명약수포공) 八十餘年春夢中(팔십여년춘몽중) 臨路如今放皮袋(임로여금방피대) 一輪紅日下西峰(일륜홍일하서봉)-삶이란 물거품과 같나니 팔십 평생이 일장춘몽이로다. 이제 길을 떠나며 가죽 껍데기를 벗자니 둥그런 붉은 해는 서산에 떨어지노라.’

태고(太古) 보우(普愚)대사의 열반송입니다. 우리의 삶이 가죽 껍데기(육체)를 짊어지고 어떻게 살고 있느냐를 생각해보기 위해 열반송을 낭송했습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지금 그 가죽 껍데기에 의존해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일례로 부처님이 복을 주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불상을 과연 부처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오늘은 법회는 이것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많은 불자들이 염불(念佛)하지만 입으로만 부처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염불은 입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에 ‘생각 염(念)자’를 쓰는 것입니다. 부처를 부를 때 있는 그대로의 부처를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불상은 참 부처가 아니라 상징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진정한 부처님은 마음속의 부처님이기에 우리 자신 스스로가 마음 속 부처님, 나의 극락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부처님은 누가 찾아 주는 것도 아니요,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부처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여기 찻잔이 있습니다. 이 찻잔을 부수면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이를 또 나누면 가루가 되고, 가루를 다시 쪼개고 쪼개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순수한 에너지만 남게 됩니다. 이런 순수한 에너지를 부처님은 ‘불성(佛性)’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이 순수한 에너지는 우주법계에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을 일진법계(一眞法界)라고 합니다. 순수한 에너지 차원에서 보면 부처님 아닌 것이 없습니다. 모든 물질에는 불성이 있습니다. 우리 본래의 자성인 곳, 우리 마음이 바로 부처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수한 곳에 집착이 생기면 쓰레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것을 업(業)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이 윤회하는 업을 소멸하기 위해선 긍정의 마음과 참회의 마음 지녀야 합니다”


중생들은 눈만 뜨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중생들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의 작용에 의해 집착하게 되는데, 집착하는 순간 순수한 마음이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업은 계획만 철저히 지켜도 소멸되고, 오계(五戒)만 잘 지켜도 다음 생에서도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업이 만들어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화경》 법사품 공양품에서는 “법화경을 사경하고 읽고 남에게 전하면 800가지 눈의 공덕, 1200가지 귀의 공덕, 800가지 코의 공덕, 1200가지 혀의 공덕, 800가지 몸의 공덕, 1200가지 생각의 공덕의 뜻을 이뤄서 육체를 장엄해 육신을 청정하게 만듭니다. 또한 부모로 물려받은 몸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안과 밖에 산과 강과 바다 등 우주를 이루는 전부를 볼 수 있게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말씀처럼 욕심과 집착을 놓으면 육근이 청정해지고 그러면 능히 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눈에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수없이 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찰나에도 세포는 생성되고 소멸됩니다. 화내고 성낼 때 만들어지는 세포는 분명 악성일 것이고, 좋은 마음으로 생각할 때 만들어지는 세포는 곱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마음을 곱게 쓰면 자연스레 얼굴까지 예뻐지게 되는 것입니다.

몸은 우리 마음이 일으킨 것이지 육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이러한 작용으로 구성된다면 다생다겁 동안 만들어진 업은 과연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업은 윤회(輪廻)합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그 아이의 영혼은 부모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육도 윤회에 따라 태어나고 다음 생에 받을 몸은 내가 만들어 놓은 업을 그대로 찾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업에 따라 다음 생에 태어나는 것을 깨닫는다면 계를 지키고 좋은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입니다.

업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긍정의 마음과 참회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진심으로 기도할 때 이 자리가 극락세계 사후에 극락 찾지 말고 현실에서 찾아야”


《화엄경》 현수품에 ‘信爲道元功德母(신위도원공덕모) 長養一切諸善法(장양일절제선법) 斷除疑網出愛流(단제의망출애류) 開示涅槃無上道(개시열반무상도)-믿음은 도(道)의 근본이요, 공덕의 어머니다. 갖가지 선한 법을 자라나게 하며, 갖가지 의혹을 모두 소멸케 하여 위없는 도를 열어 보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믿음은 긍정하는 마음입니다. 근본 바탕의 순수한 마음입니다. 그것이 바로 불성입니다. 그것을 무량광(無量光), 무량수(無量壽), 아미타불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믿고 긍정하는 마음을 가질 때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울타리가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없어집니다. 아상(我相)을 가지고 살기에 육체가 ‘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육체는 빌려 온 것으로 잘 쓰다가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본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불자들의 경우 부처님 상호(相好)에 대해 말을 많이 합니다. 모양만 본다는 것입니다. 대상적으로 부처님을 말하면 안 될 뿐 더러 자타(自他) 관계를 가지고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항상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곱고 자비롭로운 아름다운 부처님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웃을 때 부처님은 웃고, 내가 화났을 때 부처님 역시 웃지 않습니다.

집착하고 화내고 욕심낼 때 아지랑이 같은 마음이 생기고, 긍정하는 마음일 때 자비심(慈悲心)이 저절로 생기게 됩니다. 자(慈)는 즐거움이고 비(悲)는 괴로운 것을 뜻하지만 자비는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비를 베풀 때 맑은 힘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간절한 마음은 밝은 빛이 생겨나는데 이것이 바로 아미타불이고, 부처님이라는 것입니다.

긍정의 마음은 업을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업을 소멸하는데 참회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娑婆)라고 했는데 집착으로 얽힌 그 인연의 실타래를 풀지 않으면 업에 얽매이게 되는 것입니다. 참회하고 정진을 통해 그 업을 풀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다생다겁 동안 지은 업의 과보를 지금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죄업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나’를 비우고 진심으로 참회하고 업을 뉘우쳐야 합니다. 참회하고 뉘우칠 때 마음에 드리웠던 먹구름은 서서히 걷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화를 내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삽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이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고 참회하지도 않습니다. 참회하는 습관을 가지면 우선 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 육체적으로도 건강해 집니다.

그리고 염불선(念佛禪)은 자력(自力)입니다. 염불을 타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염불은 자력신앙입니다. 내 스스로의 힘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것입니다.

‘내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확신해야 합니다. 마음이 바로 부처다. 나도 부처이고 너도 부처이다. 부처가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믿고 한치의 물러남이 없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갖고 염불하는 것이 염불참선입니다.

입으로만 aaaaa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aaaaa 부르지 말고 항상 부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럴 때 자기 스스로가 광명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이 환해지고 깃털처럼 가벼워지게 될 것입니다.

참된 불사는 나무나 쇠로 조성한 불상을 모시는 것이 아닙니다. 한량없는 빛의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 진정한 불사입니다.

염불을 많이 하는 것보다 정성을 다해서 진심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염불할 때 내가 아미타불이 되고 이 자리가 극락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사후에서 극락을 찾을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극락을 찾아야 합니다.



상허 스님은

지난 1957년 전남 장성 백양사 고봉 스님을 은사로 득도 후 1976년 덕암 스님에게 건당, 법맥을 이어받았다.

스님은 태고종 중앙종회의원 및 제주교구 종회의원, 제주서부경찰서 경승실장 등을 역임했다. 제주시 오등동 덕흥사 주지인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 태고종 종정예경실장,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사회복지법인 제주태고복지재단 이사장, 제주교도소 불교분과위원회 회장 등의 소임을 맡는 등 제주불교발전과 불법 홍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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