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 스님이 전하는 aaaaa낭의 소리aaaa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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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 스님이 전하는 aaaaa낭의 소리aaaaa<6>
  • 제하 스님
  • 승인 2009.04.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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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이 순간이 진실


   
 
   
 
제자들이여 고요하고 위없는 안락을 구하고자 하거든 언제나 시끄러운 곳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홀로 거처하여 모든 탐욕을 소멸해야 한다.

대중을 좋아하는 사람은 갖가지 괴로움을 받을 것이니 비유하면 큰 나무에 뭇 새들이 모여들면 나뭇가지가 삭아 부러질 염려가 있는 것과 같다. - 유교경



청보리 물결 일렁이는 가파도에 갔다.

땅은 연두색 크레파스로, 하늘은 짙은 쪽색으로 칠해놓은 작은 도화지 한 장의 가파도.

바람이 풋보리 향을 머금고 날아다니는 가파도.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ꡒ제주 사람은 순해서 빌려준 돈을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다라고 한단다ꡓ라는 말로 가파도와 마라도의 위치를 쉽게 기억하게 하신 선생님을 떠올린 가파도.

참으로 고요했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청보리밭 둑에 자리 잡고 앉으니 그대로 적정삼매.

섬이 내가 되고 내가 섬이 된다.

내가 바람이 되어 청보리 향을 머금었다.

바람은 적정처, 아란야가 되어 그대로 정지한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은 다시 내가 된다.

무엇을 더 바라랴.

제주섬에 두고 온 출세간의 세간사는 사라졌다.

혼자하는 적적함은 함께하는 번거로움보다 가볍다.

앞으로? 내일은? 중생놀음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던 일들이 바람에 부서진다.

나는 제주가 좋아. 바닷가에서 살아야지 라는 공연한 집착이 파도에 쓸려간다.

무성한 나뭇잎처럼 달고 있던 열망과 허식이 바닷바람에 떨어진다.

오스스 한기를 느낄 만큼 서늘하다.

탐․진․치의 열기가 빠져나간 만큼 청량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섬안의 섬속에서 대중속의 토굴살이를 맛본다.

Here and Now.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깨어 있으면 온전히 사는 일이다.

어제는 지나간 과거이고 내일은 오지 않은 미래. 바로 이 순간이 현재다.

바로 이 순간만이 진실이다.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실체이다.

모든 번뇌와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안락국이 바로 이 순간에 이루어진다.

아~ 참으로 부처님 말씀은 그대로 참이다.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신 행복감에 흠뻑 적셔진 가파도 청보리밭.

이래서 제주섬이 좋다.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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