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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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 /정리=이병철 기자
  • 승인 2009.04.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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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등동 오등선원(주지 제용 스님)은 지난달 22일 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을 초청, 개원 봉불점안 및 낙성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종범 스님은 법문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좋은 공덕을 잘 지어 바른 생각을 내면 여의주를 바로 잡게 된다”고 강조했다.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좋은 인연 맺고 바른 생각 내면 성불할 수 있어”


   
 
   
 
사찰을 창건해 불사(佛事)를 마치는 것을 낙성(落成)법회라 합니다. 낙성은 도량불사와 불상봉안 등 두 가지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가 전부 이뤄졌을 때 낙성이라고 합니다.

도량(道場)이란 참 중요합니다. 도량을 정각도량(正覺道場)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도량을 정각도량 또는 지족도량(知足道場)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도솔천(兜率川)에서 오셨는데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에 있으면서도 불만을 전혀 느끼지 않는 곳이 지족도량, 도솔도량(兜率道場)입니다. 이것을 극락도량, 극락세계라 합니다.

‘무유중고(無有衆苦) 단수제락(但受諸樂)-아무런 괴로움이 없고, 다만 모든 즐거운 일만 있다.aaaaa 어떠한 고통도 없는 곳이 바로 도솔천이요, 극락세계인 것입니다. 그런 곳이 바로 도량입니다.

도량 불사는 녹야원과 영축산에서 설법하시는 설법도량, 부처님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수행을 하시기에 수행도량입니다.

사찰을 창건한다는 것은 도량을 건립한다는 것입니다. 도량은 바로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룬 곳을 뜻합니다. 이 때문에 도량은 극락세계요, 도솔천이며, 수행장소이고, 설법장소 입니다. 도량에는 경계가 있는데 이같이 구역(경계)을 밝히는 것이 도량 건립입니다.

도량을 건립하면 불상을 모시게 됩니다.

‘불신충만어법계(佛身充滿於法界) 보현일체중생전(普現一切衆生前) 수연부감미부동(隨緣赴感靡不同) 이항처차보리좌(而恒處此菩提座)-부처님 몸은 법계에 충만하사 모든 중생 앞에 나타나시니 인연 따라 감응이 달리하시며 언제나 보리좌에 자리하시네.’

이는 《화엄경》 여래현상품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 앞에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불심이 법계에 충만해서 부처님 없는 곳이 한곳도 없습니다. 미세 먼지에서 태산 허공에 이르기까지 불심이 없는 곳이 없지만 중생들은 오직 그것을 모를 뿐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법신송(法身頌)aaaaa이라고 합니다.

중생들은 법신과 불심 속에 있는데 단지 우리가 모를 뿐입니다. 천강에 달이 비치면 그 달을 알아봐야 하는데 어리석은 원숭이는 천강에 비친 달의 그림자를 주우려 하다가 그만 빠져 죽습니다. 달도 못 건지고 목숨까지 잃습니다. 그것이 바로 원숭이의 고통이자 중생들의 고통인 것입니다.

원숭이의 업은 어리석음입니다. 이런 어리석음을 지혜로 밝히고자 곳곳에 부처님의 법을 전할 도량을 건립하고 불상을 봉안하며 복전을 일구는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곳이 없는데 도량을 만들어 구역을 표시를 하는 이유, 그리고 불상을 봉안해서 예경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어리석음 때문이고, 어리석음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지혜뿐입니다.

‘중생의 무한한 병’인 어리석음은 마음이 괴로운 것인데 이것을 고치는 것은 지약(智藥)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갈 곳도 모르는데 중생들은 어리석음 때문에 별의별 일 다해”


원숭이가 다른 것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천강에 비친 달을 몰라서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기 방에 있으면서도 꿈을 잘못 꾸므로 인해서 온갖 고통을 받는 것과 똑 같습니다.

중생의 어리석음을 노래한 것이 ‘멍텅구리’입니다.

‘온 곳을 모르는 그 인간이 갈 곳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온 곳도 갈 곳도 그곳도 또한 멍텅구리, 올 때는 빈손에 왔으면서 갈 때는 무엇을 가져갈까. 공연한 탐욕을 부리는구나. 그것도 또한 멍텅구리, 백년도 못 사는 사람이 천만년 죽지 않을 것처럼 끝없이 걱정을 하는구나. 그것도 멍텅구리. 세상에 학자라 하는 이들이 동․서에 모든 것을 안다고 하지만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구나. 그것도 또한 멍텅구리, 멍텅구리~ 우리 인생이 멍텅구리.’

어리석은 것이 문제입니다. 온 곳 모르고 갈 곳 역시 모르기에 걱정할 것 하나 없고, 겁낼 것도 없는데 어리석음 때문에 중생들은 별의별 일을 다 합니다.

모든 번뇌, 망상, 집착 그 가운데 아상(我相), 인상(人相), 수자상(壽者相), 중생상(衆生相) 이것이 멍텅구리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능인해인삼매중(能仁海印三昧中) 번출여의부사의(繁出如意不思議)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해인삼매 그 가운데 온갖 것을 갈무리하고 불가사의 무진법문 마음대로 드러내며 온갖 보배 비 내리어 중생에 이익되는 일 허공에 가득하니 중생들이 그릇 따라 갖은 이익 얻음이라.’

신라시대 의상(義湘)조사의 법성게입니다.

부처님께서 처음 깨달음을 이뤘을 때 그 마음을 해인삼매(海印三昧)로 표현했습니다. 해인은 바다에 수많은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말합니다.

국토세계(國土世界), 지정각(智正覺)세계가 있는데 전부 정각을 이룬 한마음을 말합니다. 삼종세간〔三種世間 : 중생세간(衆生世間)․국토세간(國土世間)․오음세간(五陰世間)〕, 삼라만상 우주에 존재하는 현상이 바다에 비춰지는 그림자와 같다는 것입니다.

번출(繁出)은 한량없는 물의 분출 즉, 여의(如意) 혹은 진리와 같습니다. 진리에도 척척 들어맞고, 중생에게도 척척 들어맞는 법문을 여의법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자비와 교화, 방편이 불가사의하다는 것입니다.

온갖 대보살(大菩薩)은 청정한 지혜의 눈을 지니므로 능히 여래(如來)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하고 심원한 경지에 들어가며 능히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뵈오며, 능히 온갖 법문(法門)에 들어가며, 능히 삼매(三昧)의 바다에 노닐며, 능히 온갖 부처님을 공양(供養)하며, 능히 바른 가르침으로 중생을 깨닫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각 짓고 불상을 모시는 것이 번출여의부사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보배를 비처럼 내려서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잘 믿으면 건강을 원하는 사람은 건강을,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안을 해탈을 원하는 사람은 해탈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생수기(衆生隨器)는 자기 그릇에 따라 여기서 그릇은 자기 서원을 말합니다. 복을 원하는 사람이 마음을 닦으면 이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본래심으로 돌아가 좋은 양식 얻어 보살도 실천해야 자기분수 맞는 정각 이룰수 있어”


법성게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궁좌실제중도상(窮坐實際中道床)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영원토록 진리의 중도자리에 앉았으니 억만겁 부동(不動)한 까닭에 이름이 부처라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공덕을 잘 지어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맺고 무명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허망한 인연을 맺지 않으면 바른 생각을 내게 되면서 바로 여의주를 잡게 되는 것입니다.

본래심으로 돌아가 부처님을 알현하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좋은 양식을 얻어 보살도를 실천해야 자기 분수에 맞는 정각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룬 도량입니다. 본래 해인삼매 정각의 지혜는 털 끝 만큼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자기 집에서 아무리 편안히 있어도 꿈꿀 때는 모릅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성불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믿고 닦아서 궁좌실제중도상(窮坐實際中道床) 즉, 자기 집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아서 원을 잘 세우고, 잘 닦으면 성불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근심걱정 하나도 없는 원각대법을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종범 스님은

지난 1963년 양산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1년 통도사에서 홍법 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이어 받아 통도사 강원 강사와 강주를 역임했다.

스님은 1985년부터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2년 중앙승가대 도서관장을 비롯해 중앙승가대 총장과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이사장을 맡는 등 한국불교발전에 매진해 왔다.

‘조계종사 자료집’ 등 다수의 저서와 ‘조선시대 선문법통설에 대한 고찰’․‘조선 중․후기의 선풍에 대한 고찰’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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