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남아 있어 나무는 다시 난다.
뿌리를 끊어야 나무는 없어지니
이리하여 수행자는 열반을 얻는다.
뜻의 뿌리를 아주 끊어 버리어
나고 죽음으로 애탈 것 없으면
그것은 도에 가까웠다 하리니
저 열반을 빨리 얻게 되리라. -<법구경 도행품>
내 오늘은 이 놈의 뿌리를 뽑아 버리리라.
당찬 맹세로 잔디밭의 잡초를 잡아당긴다.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힘주어 뿌리를 뽑는다.
당기는 힘에 뿌리는 그대로 땅에 얼굴을 묻고 풀잎 몇 개 손바닥을 빠져나간다.
잔디 위로 흩어지는 풀잎들.
다시 보면 얼굴 숙이고 숨어 있던 뿌리는 어느새 고개 들고 새잎을 밀어낸다.
약 오르지 용용 하듯 다시 새잎이 난다.
뿌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망. 연. 자. 실.
정작 뿌리는 그대로 두고 애 궂은 풀잎만 끊어 놓는다.
비장한 마음으로 다시 맹세한다.
내 오늘은 기필코 이놈의 풀뿌리를 완전 끊어놓으리라.
순간 헛웃음이 난다.
풀뿌리 끊듯 애욕의 뿌리를 끊었다면 나고 죽음을 벗어난 대 자유인이 되었을 터.
애꿎은 풀뿌리 끊자고 비장한 마음으로 맹세까지 하면서
윤회의 고리를 끊으리란 대서원은 어디다 두었는가.
풀밭을 다시 살핀다. 잡초 속에 숨은 대서원을 찾아서.
저작권자 © 제주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