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법문-전 범어사 율원장 지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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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전 범어사 율원장 지오 스님
  • /정리=이병철 기자
  • 승인 2009.07.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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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관음정사(주지 효덕 스님)는 지난 5일 ‘생전예수재’ 5재를 맞아 전 부산 범어사 율원장 지오 스님을 초청, 법좌를 마련했다.

이날 지오 스님은 “지극한 발심으로 극락세계의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하겠다는 원력을 세우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면서 기도를 할 때 원력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원력 세워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참 불자”


   
 
   
 
중국 고전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제 아무리 요술을 부리지만 부처님 손바닥 안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삼장법사가 손자 손(孫), 깨달을 오(悟), 빌 공(空)자를 써서 손오공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삼장법사는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지운 후 “이제 너는 집착심을 버렸다”고 했습니다.

〈회심곡〉에 ‘아버지의 뼈를 받고 어머님의 피를 받아 어미 몸에 열 달 채워 아기육신 탄생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정신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 아닙니다.

정신은 《반야심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야심경》에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이라는 말이 곧 정신입니다.

‘불생불멸’은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항상 그대로 변함이 없는 것 바로 정신, 혼이자 우리의 마음입니다. 인연세상 다 하면 부모에게 빌렸던 몸은 없어지기 마련이지만 우리 마음은 누구에게도 받는 것도 아니고 또한 영원히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몸은 없어지고 정신은 나갈 뿐입니다. 혼백(魂魄)이라고 할 때 혼은 정신을, 백은 우리 몸을 말합니다.

육체를 떠난 정신은 다시 인연을 맺어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 인연이 닿지 못하면 자식을 가지려 해도 자식을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인연이 맺어 지는 것은 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반야심경》에서 몸을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온(五蔭)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을 말합니다. 색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물질이고, 수상행식은 정신입니다.

이처럼 한 생명이 태어나게 되는데 손오공의 ‘오온(몸)’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의 인연으로 받은 것을 깨달았다 하여 손오공입니다. 즉, 오온이 공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부처님 밥 먹고 부처님 공부하며 부처님 집에 살면서 부처님에게 밥값을 내놓듯 자식도 부모님께 밥값을 내야합니다. 밥값 낸다는 것은 ‘효도’를 말합니다.

불자들은 부처님께 기도한 공덕으로 밥값을 내야 합니다. 그 공덕에는 원력이 깃들어야 합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는 달라이라마입니다. 현재 달라이라마는 15대로 비록 몸은 바뀌어도 1대 때부터 본래의 정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달라이라마는 원력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즉 부처님께 기도하는 원력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일타 스님도 다음 생에 태어날 때는 소국에 태어나지 말고 대국에 태어나 부처님 법을 펴겠다고 하셨습니다. 큰스님들도 원력으로 됐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원력으로 되는 것이며, 원력 없이는 기도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영가 천도 위한 천도재 봉행도 중요하지만 살아 생전 선업 미리 닦는 것이 더 중요”


“불자는 극락세계 가고자 하는 원력세우고 항상 긍정적 마음으로 지극정성 기도해야”


평생을 살면서 기도를 했다는 것은 원력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불자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할 가정의 대를 이어가기 위한 원력을 세운 것입니다. 자식을 낳는 것은 조상을 잘 받들고 내가 다 못한 것을 자식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부탁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세상사의 변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영가들이 많습니다. 특히 제주의 경우 4․3 당시 억울한 영가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가들을 제도해야 합니다. 윤달에 영가 천도를 많이 하는 이유는 윤달에 어떤 업을 지어도 공달이기 때문에 업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력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원력을 세우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처님을 믿는 길 밖에 없습니다. 원력이 강하면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26살 때 죽음을 맞을 뻔했지만 부처님께 이 생명 다 바쳐 기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워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원력은 모든 일체를 다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달라이라마가 제1대부터 15대까지 몸을 바꿔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원생이라는 원력을 갖고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천도재는 삼라만상의 생명체를 달래주기 위한 의식입니다. 돌아가신 영혼을 달래지 않으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어떤 신도가 집을 지었는데 잠을 잘 때마다 말달리는 소리가 들린답니다. 신도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자 어느 날 저를 찾아와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해결한 방법을 문의하러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집에 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는데 말달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신도에게 하루종일 《금강경》 독송 테이프를 틀어 놓고 49일 동안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고, 《금강경》을 하루에 한번은 꼭 독송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후 신도 집에서 말달리는 소리는 사라지고, 그 신도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터가 나쁘고 기가 허한 곳이라 할지라도 내가 기도하는 원력이 강하면 모든 것을 편안하게 잠재울 수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원혼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섬입니다. 물론 육지에도 한국전쟁 등으로 많은 영혼들이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생명체는 원한을 품고 갑니다. 원한을 품어서 갈 때는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혼들이 눈을 편안히 감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 후손들의 몫입니다.

새 집을 지었을 때 온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도를 하는 것을 ‘안택기도’라고 합니다. 안택기도는 불교경전에는 없지만 그 가족 일원이 부처님의 경전을 지극한 마음으로 독송하면 발원하는 바가 이뤄집니다.

기도라고 하는 것은 원력입니다. 원력만 있으면 ‘나무아미타불’을 한번만 명호하더라도 극락세계에 간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아미타불을 불렀다고 해서 극락에 가는 것이 아니고 지극한 원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죽고 난 후 후손들은 천도재를 봉행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죽은 다음에 하는 것은 내가 살아 생전 한 번 기도드리는 것 만 못한 것입니다. 예수재라는 것은 내가 내 스스로 선업을 미리 닦는 것을 말합니다. 배가 고플 때 내가 먹어야 배가 부르듯 이것은 변치 않는 진리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 임제종의 고승인 대혜 종고 스님의 말씀 가운데 ‘교거처분명(敎去處分明)’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敎)’자는 아버지(父)가 아들(子) 보고 가르쳐 그 일을 하게 했다는 뜻이고, ‘거처’는 내가 갈 곳을 말하는데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극락세계를 말합니다.

불자들은 내가 극락세계로 가고자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자들은 갈 곳을 미리 정해 놓고 기도를 해야 합니다. 크게 원력을 세우십시오. 극락세계에 가서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우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할 때는 긍적적으로 해야 합니다. 큰 원력을 세우고 긍정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극락세계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지오 스님은 지난 1947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해 1967년 범어사에서 광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스님은 광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은 후 해인사 강주를 시작해 범어사 강주, 범어사 승가대학장․율원장 등의 소임을 두루 역임하며 인재 양성에 힘쓰셨다.

지난 2001년 전국강원교직자 회장을 맡는 한편 2007년에는 세계 최대 불교대학인 태국 국립 마하출라롱컨 대학교에서 명예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님은 현재 조계종 총무원 교육원 역경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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