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읍 옹포리 월계사 소나무 | ||
향나무 뿌리가 제일 인 것처럼
방일하지 않음이 선법의 으뜸이며
단단한 향나무 뿌리 중에
붉은 전단이 제일 인 것처럼
온갖 선법은 방일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삼는다. - 별역 잡아함
촌스러움 날리는 포장을 뜯으면 대나무 가지에 어설프게 묻어있는 전단 향 가루가 손에 묻어나는 인도향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인이 인도에서 보내 준 전단 향, ‘마히소르 주정부 보증’이라는 문구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손에 묻어나는 전단 향 가루에 마음이 쓰인다.
조심스레 향을 피운다.
전단 향 소리보다 연기가 더 먼저 눈으로 들어온다. 가늘고 흰 향연(香煙).
장마철의 제주 섬.
가늘게 실눈 뜨고 법당 바닥을 옆으로 보면 옅게 깔린 습기가 보인다.
습기는 끈적거림으로 발바닥을 잡고 끈적거림은 한 줄기 전단 향으로 사라진다.
쿰쿰한 곰팡이 냄새도 중산간 마을의 돼지 치는 집에서 빗속으로 모르쇠 내 보낸
돼지 똥 냄새도 전단 향 속에 묻혀진다.
달콤하기도, 머리가 아프게 진하기도, 남 인도의 역한 카레 냄새 같기도 한 전단 향연 속으로 다 사라진다.
다시 향에 불을 붙인다.
“모든 것은 변한다. 쉼 없이 정진하라”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전단 향 속에서 피어오른다.
방일하지 않음의 향은 전단 향보다 더 진하고 모든 향기 가운데 으뜸이라 하셨는데
아직 그 향기를 모른다.
장마철, 게으름의 습기로 사물은 눅눅하고 게으름의 곰팡이가 여기저기 꽃처럼 피어난다.
이리저리 킁킁거리며 방일하지 않음의 향을 찾는다.
이 모든 게으름의 습기를 한 방에 날릴 방일하지 않음의 향기를.
어디 있는가. 모든 선법의 근본인 방일하지 않음의 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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