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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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 <13>
  • 제하 스님
  • 승인 2009.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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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하지 않는 향이 ‘으뜸 향기’


   
 
  한림읍 옹포리 월계사 소나무  
 
온갖 나무뿌리 가운데 검고 단단한

향나무 뿌리가 제일 인 것처럼

방일하지 않음이 선법의 으뜸이며

단단한 향나무 뿌리 중에

붉은 전단이 제일 인 것처럼

온갖 선법은 방일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삼는다. - 별역 잡아함



촌스러움 날리는 포장을 뜯으면 대나무 가지에 어설프게 묻어있는 전단 향 가루가 손에 묻어나는 인도향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인이 인도에서 보내 준 전단 향, ‘마히소르 주정부 보증’이라는 문구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손에 묻어나는 전단 향 가루에 마음이 쓰인다.

조심스레 향을 피운다.

전단 향 소리보다 연기가 더 먼저 눈으로 들어온다. 가늘고 흰 향연(香煙).

장마철의 제주 섬.

가늘게 실눈 뜨고 법당 바닥을 옆으로 보면 옅게 깔린 습기가 보인다.

습기는 끈적거림으로 발바닥을 잡고 끈적거림은 한 줄기 전단 향으로 사라진다.

쿰쿰한 곰팡이 냄새도 중산간 마을의 돼지 치는 집에서 빗속으로 모르쇠 내 보낸

돼지 똥 냄새도 전단 향 속에 묻혀진다.

달콤하기도, 머리가 아프게 진하기도, 남 인도의 역한 카레 냄새 같기도 한 전단 향연 속으로 다 사라진다.

다시 향에 불을 붙인다.

“모든 것은 변한다. 쉼 없이 정진하라”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전단 향 속에서 피어오른다.

방일하지 않음의 향은 전단 향보다 더 진하고 모든 향기 가운데 으뜸이라 하셨는데

아직 그 향기를 모른다.

장마철, 게으름의 습기로 사물은 눅눅하고 게으름의 곰팡이가 여기저기 꽃처럼 피어난다.

이리저리 킁킁거리며 방일하지 않음의 향을 찾는다.

이 모든 게으름의 습기를 한 방에 날릴 방일하지 않음의 향기를.

어디 있는가. 모든 선법의 근본인 방일하지 않음의 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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