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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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 스님이 전하는 낭의 소리<14>
  • /제하 스님
  • 승인 2009.07.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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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닦아 불멸의 곳으로 가라"


   
 
  애월읍 하가리 팽나무  
 
구도심이 없는 이 삶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또한 정진이 너무 느리면 사람을 게으르게 하고,

정진이 너무 급하면 이룰 수 없으니 이는 거문고를 탈 때

그 줄을 너무 조이거나 늦추면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목숨은 무상하고 인생은 잠깐이다.

부지런히 닦아 저 불멸의 곳으로 가라. <시가라위 경>



뿌리 없는 삶이다.

두 손 두 발은 꽁꽁 묶이고 입에는 재갈을 물린 듯하다.

아니라고 분연히 일어 설 수 도 없고 옳지 않다고 소리도 못 낸다.

뿌리 없는 삶, 불과 일년 남짓의 시간에 바뀐 많은 것들.

ꡐ이 목숨은 무상하고 인생은 잠깐이니 부지런히 닦아 저 불멸의 곳으로 가라ꡑ는

부처님 말씀에 목이 멘다.

숨 한번 내쉬고 들이쉬는 찰라 지간에 있는 목숨 줄.

누가 누구를 살아있다고 하겠는가. 누가 누구를 죽었다고 하겠는가.

항상 하지 않은 이 목숨과 한 소금 짧은 낮잠 같은 인생.

뿌리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해질 무렵 바닷가로 포행을 나간다.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가볍게 출렁이는 물결 가득한 바다.

그 바다에 나무토막 하나 떠있다.

어디서 흘러 왔을지 짐작도 못하는 나무토막.

나무 등걸에 혹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조개껍데기로

바다 위에 떠있었을 시간만 짐작을 한다.

어디서부터 흘러 와 아침 하늘 앞바다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다.

둥실 떠있는 나무토막에서 우리네 삶을 본다.

나무토막에 붙어 있는 조개껍데기 같은 일상이라는 짐을 무겁게 지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삶을 삶이라 믿고 눈에 불을 켜고 무섭게 산다.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구체화되는 일은 바로 지금 여기서 이루어진다. 불멸의 곳으로 가는 일이다. 그 일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것들.

부지런히 하되 급하지 않고 천천히 하되 게으르지 않아야 하는 그 미묘함은

숨을 내쉬고 다시 들이마시지 못하면 죽는 이치와 같다.

크게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신발 끈을 단단히 매고 길을 나선다.

무상한 삶을 항상 한 삶으로, 순간인 삶을 영원한 삶으로 만들

불멸의 그 곳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한 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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