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으로의 초대<4>밧디야 경 (AN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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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4>밧디야 경 (AN4:193)
  • 승인 2009.07.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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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한때 세존께서는 웨살리(왓지 족의 수도)에서 큰 숲 속의 중각강당에 머무셨다.

그때 끄쌰뜨리야 가문의 ‘밧디야’가 세존께 다가가서 절을 올리고 곁에 앉아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들었습니다. ‘사문 고타마는 요술쟁이다. 그는 개종시키는 요술을 알아서 다른 외도들을 제자로 개종시킨다’라고 말하는 자들이 있사온데 이들은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한 것입니까? 세존을 거짓으로 헐뜯지 않고 세존께서 설하신 것을 반복한 것입니까? 세존께서 설하셨다고 전해진 이것을 반복하더라도 어떤 사람도 나쁜 견해에 빠져 비난의 조건을 만나지 않겠습니까? 저는 세존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보라, 밧디야여, 그대는 소문으로 들었다 해서 나의 말을 따르지 말라. 대대로 전승되어 온다고 해서, 그렇게 들었다고 해서, 우리의 성전에 써 있다고 해서, 논리적이라고 해서, 추론에 의해서, 이유가 적절하다고 해서, 우리가 사색해 얻은 견해와 일치한다고 해서, 유력한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해서, 혹은 이 사문은 우리의 스승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대로 따르지는 말라. 밧디야여, ‘그대 스스로 이러한 법들은 해로운 것이고, 비난받아 마땅하고, 지자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고, 이러한 법들을 전적으로 받들어 행하면 손해와 괴로움이 있게 된다’라고 알게 되면 그때 그것들을 버리도록 하라.”

“밧디야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의 내면에서 탐욕, 성냄, 어리석음, 폭력이 일어나면 그것은 그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손해가 되겠는가?”

“손해가 됩니다. 세존이시여.”

“밧디야여, 심한 탐욕, 성냄, 어리석음, 폭력 등을 가진 사람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것에 얼이 빠져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갖고, 남의 아내에게 접근하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또 다른 사람마저도 그렇게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이것은 오랜 세월을 그에게 손해와 괴로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밧디야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의 내면에서 탐욕 없음, 성냄 없음, 어리석음, 폭력 없음이 일어나면 그것은 그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손해가 되겠는가?”

“이익이 됩니다, 세존이시여.”

“밧디야여, 심한 탐욕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또 성냄이 없고, 어리석음도 없고, 폭력적이지 않는 사람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것에 얼이 빠지지 않아서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갖고, 남의 아내에게 접근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마저도 그렇게 하도록 인도한다. 그러면 이것은 오랜 세월을 그에게 이익과 행복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해설】

이 경에서 ‘밧디야’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조장하는 말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의 말이라도 따르지 말고 그 반대라면 그것을 따르고 실천하라는 세존의 가르침에 탄복해 경의 마지막 부분[생략]에 세존의 개종시키는 요술은 축복이라고 찬탄하고 크샤트리아인 자신의 혈육과 친족들까지 개종시키겠다고 말씀드린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종교, 다양한 철학, 다양한 규범과 관습이 있다. 잘못된 택법(擇法)이 현대인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미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함 속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거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세존께서 그 척도 또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 바로 이 경이다. 그밖에 「깔라마 경」(AN3:65)도 같은 취지이다.

우리는 스스로 불자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진짜 불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바로 탐·진·치 삼독심의 유무(有無)이다. 만일 마음속에 탐욕, 성냄, 어리석음, 폭력적 성향이 득시글거린다면 어찌 자신을 부처님의 제자라고 뽐낼 수 있겠는가?

세존께서는 그의 제자들과 사이에 법담을 나눌 때 늘 “수타마야 치타마야 바바나마야”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세존의 말씀을 먼저 듣고, (무조건 수긍하지 말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끝으로 실험하고 증명한 연후에야 확신하라는 뜻인데, 이 경에서도 같은 정형구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진정 불자라면, 해로운 법들을 버리고 선하고 유익한 법들인 탐욕 없음, 성냄 없음, 어리석음 없음으로 개종해야 한다.

소치 김승석 엮음(duta8@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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