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으로의 초대<5>어울리는 삶의 경 (AN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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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5>어울리는 삶의 경 (AN4:55)
  • 승인 2009.08.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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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박가 국(國)의 숨수마라기리의 베사깔라 숲에 있는 녹야원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오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시고 나꿀라삐따 장자의 집으로 가셨다. 지정된 자리에 앉으시자 나꿀라삐따 장자와 장자의 아내 나꿀라마따는 세존께 다가서서 절을 올린 뒤 옆에 앉은 뒤에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렸을 적에 어린 아내 나꿀라마따는 제게 시집을 왔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제 아내 나꿀라마따를 마음으로라도 거역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몸으로 나쁜 행실을 하였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여기에서도 서로서로 보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내세에서도 서로서로 보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장자의 아내 나꿀라마따도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렸을 적에 어린 나꿀라삐따 장자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제 남편 나꿀라삐따를 마음으로라도 거역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몸으로 나쁜 행실을 하였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여기에서도 서로서로 보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내세에서도 서로서로 보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자들이여, 만일 그대들 둘이 지금 여기에서도 서로서로 보기를 원한다면 그대들은 둘 모두 동등한 믿음과 동등한 계행과 동등한 베풂과 동등한 통찰지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그대들은 지금 여기에서도 서로서로 보게 될 것이고 내세에서도 서로서로 보게 될 것이다.”



【해설】

나꿀라삐따는 나꿀라의 아버지이고, 나꿀라마따는 나꿀라의 어머니인데, 초기경전 가운데 하나인 앙굿따라니까야(증지부) 주석서에 의하면 그들은 500생은 부처님의 부모였고, 500생은 부처님의 백부모였고, 500생은 부처님의 숙부모였다고 적고 있다.

이들 부부는 금실이 좋기로 소문났고 부처님과의 세연(世緣)이 으뜸이어서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여러 번 법을 설하셨고, 그런 연고로 이들 부부는 예류과를 얻었다고 한다.

요즘의 세태는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한다. 그만큼 살기가 힘들고 부부간에 믿음이 깨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혼원인으로는 돈 문제, 성격차이, 배우자의 불륜, 폭력 등의 순서로 나타난다.

황혼이혼도 따져보면 금전문제가 주된 원인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위에는 때때로 내외간의 금실이 좋아 내생에서도 그 사람과 부부의 인연이 맺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경에서는, 금생에서 금실 좋은 부부가 내생에서도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시사해준다.

부처님께서는 금실 좋은 부부로서 내생을 기약하려면 둘 다 똑같이, 첫째로 동등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둘째로 계를 잘 지켜야 하고, 셋째로 보시하는 넓은 마음을 하며, 넷째로 지혜를 계발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부부가 신행생활을 같이 하면서 절에 함께 다닌다면 금실 좋은 부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나꿀라의 경(AN6:16)」에는, 나꿀라마따는 남편 나꿀라삐따가 몹쓸 병에 걸려 고통을 받자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즉 나꿀라삐따가 집안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자 나꿀라마따는 자기 남편을 안심시키면서 “당신은 애착을 가지고 임종하지 마십시오. 애착을 가지고 임종하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세존께서는 애착을 가지고 임종하는 것을 나무라셨습니다”라고 간곡하게 말해주고 있다.

재가불자들은 마땅히 이런 나꿀라마따의 일화를 본받아서 병고에 시달리거나 임종을 앞 둔 사람이 애착을 여의여서 ‘웰 다잉(well-dying)’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소치 김승석 엮음(duta8@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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