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쇠소리 - ‘큰 꽃 인동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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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쇠소리 - ‘큰 꽃 인동초’지다
  • 승인 2009.08.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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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의 봄’으로 불리던 1980년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진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대가를 요구한다. 국민 모두가 민주대열에 참여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했다. 이후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행동하는 양심’을 자양분 삼아 국민들이 스스로 생육시켜야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음을 강조해 왔다.

김 전 대통령이 18일 육신의 고통을 내려놓고 우리 곁을 떠났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따른 슬픔이 채 가시기 전이어서 국민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불과 3개월 여만에 우리사회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정치지도자를 한꺼번에 2명이나 잃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제주에 무한애정을 지녔기에 도민들의 안타까움은 남다르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4·3’해결의 단초를 제공했고, 제주의 미래 청사진인 제주국제자유도시 구상을 구체화하고 특별법 제정에도 적극적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향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왔다. 그의 정치적 역정은 현대사의 질곡을 오롯이 보여준다. 사형선고를 포함해 다섯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 간의 감옥살이, 수십 차례의 가택연금, 수년간의 망명생활 등 갖은 고초를 감내해야 했다. 연속된 고난을 이겨낸 역정 때문에 우리는 그를 ‘우리시대의 인동초(忍冬草)’라 부른다.

지난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연대를 통해 헌정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그는 재임기간 중 평소 신념을 정책으로 발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텅 빈 국고(國庫)’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편입됐을 때 금모으기운동으로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면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각종 법과 제도를 통해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성숙시켰고, 국가인권위원회·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을 출범시킴으로써 인권을 신장시켰다. 또한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업적을 남겼다.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좌우명으로 삼아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민족과 국가발전을 향해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던 김 전 대통령은 성숙된 민주사회,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미완의 유업으로 남긴 채 떠났다.

혼미의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었던 김 전 대통령. 그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미완의 유업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반문해야 한다.

<강한성·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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