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아침 - 무소의 뿔처럼 ‘참 나’ 찾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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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아침 - 무소의 뿔처럼 ‘참 나’ 찾아 떠나자
  • 승인 2009.08.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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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자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 졌다.

유독 차가운 기운을 좋아하는 탓에 이런 아침이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이 싸늘해진 아침공기를 한번 마시고 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우울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 평소 그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기분을 풀어 주려고 한다. 그래서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면서 기분을 전환한다. 이 모든 기분 전환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결국은 오감의 감각을 통해 정신적인 개념인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다.

손오공이 오온산에 갇혀 오랜 세월을 보내다가 삼장법사를 만나고서야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이 어찌 고전 속의 이야기로만 치유 할 수 있겠는가? 불법에 몸담고 살아간다지만 아직도 손오공이 갇힌 다섯 감각 덩어리에 이끌려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는 그저 구슬픈 미소를 지으며 쓸쓸해 할 뿐이다.

한줄기 이른 가을바람에 마음이 흔들리는 나는 진정 누구일까?

지난주에는 국민 1000만 명이 봤다는 해운대를 보고, 바쁜 서울 출행 길에 르노아르 그림 전시회를 기어이 보고 말았다. 매일 아침 아름다운 음악을 찾아 듣고, 그래도 염불 할 때 아름다운 음곡을 내려고 정성 기울이는 것은 봐줄 만 하다. 부처님이야 다섯 가지 감각을 초월하신 분이니 어찌 우리의 미성에 마음 동하시겠나만 예배드리는 자의 맘은 그렇지가 않다.

언젠가 은사스님께서 엉성하게 쓰인 한 장의 글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시기에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이 글은 자운율사께서 직접 쓰신 글인데 율장에 글이나 목소리를 너무 꾸미려 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면서 “자운 큰스님께서는 그저 정성 기울여 쓰실 뿐 모양을 예쁘게 하려고 힘쓰지 않은 글”이라고 말했다.

어른들께는 언제나 배울 점이 많다. 사실 스님께서는 하룻밤 새 수천 장의 글을 쓰시며 당신의 서도(書道)를 닦으시는 분이신 데 정말 예외의 말씀이었다. 그저 스스로의 수행으로 글씨를 쓰시는 것만 같다.

사실 소극적인 의미로 완성된 인생을 말한다면 우리 생에서 탐·진·치 삼독을 제거하면 그나마 온전한 삶을 꾸려 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화를 낸다는 것에는 육진(六塵)의 집착에서 비롯되는데 육진 중 5가지가 감각기관의 작용인 것을 보면 일찍이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의 삶은 일생 내내 이 다섯 도적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다고 하신 말씀이 아침 싸늘한 기운보다 깊이 가슴에 저미어 든다.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안수정등(岸樹井藤)은 참배객들이 가장 호기심 어려 찾는 벽화 중의 하나이다. 감각적 즐거움에 빠져 생사를 윤회하는 인생에 대한 비유로써 코끼리는 무상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의미하고, 등나무 넝쿨은 생명을,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작은 뱀들은 때때로 찾아드는 병고를, 독사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우물에 떨어지다가 한줄기 등줄에 매달린 사나이는 한 방울씩 떨어지는 꿀의 달콤함에 빠져 받아먹느라고 모든 공포들을 다 잊어버리고 만다.

이 아침 한줄기 차가운 가을바람에 이렇게 고무되어버리는 삶을 사는 자신이 갑자기 더없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나로호 발사가 정말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주를 향한 한없는 인류의 호기심은 가히 끝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을 쫓아 보다나은 것을 추구하거나 한없는 공간에 대한 탐색과 온 세상의 퇴적층과 화석을 뒤지면서 시간을 탐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들은 스스로 완전하지 못한 자아에 대한 불안감을 자꾸만 외부로 분출시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이 순간에 만족하지 못하며 온전한 행복을 이루지 못한데 대한 불안감으로 먼 미래와 오랜 과거를 뒤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색의 계절 가을이 돌아 왔다.

올 가을에는 정말 부처님 제자답게 다섯 가지 감각기관에 쫓기지 말고 스스로 내면의 자아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만의 여행을 나서보고 싶다.

성원 스님<약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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