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아침 - 신종플루도 감수불원(甘受不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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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아침 - 신종플루도 감수불원(甘受不怨)하라
  • 승인 2009.09.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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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초기 발병률이 낮았지만 이제는 국내의 신종플루 확진환자 수가 8월말 현재 4200여명으로 급증했다. 환절기동안 대유행이 예견되고 있어 국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 감염자가 전 세계 인구의 30%인 20억 명, 사망자는 치사율을 1%로 잡아 20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신종플루는 본래 외래병이었지만 지역사회 집단 감염의 규모도 늘고 있다. 예방백신이 아직 생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자 전원을 격리(고위험군 환자만 선별 격리치료)하거나 개개인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가 무의미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전염병 위기단계가 ‘봉쇄와 차단’ 중심에서 조기치료중심으로 전환됐다.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역사상 중세 이후 한 세기에 평균 서너 번 정도 발생했고, 20세기에도 1918년 최대 사망자 수를 기록한 스페인독감을 비롯해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등 세 번이나 있었다.

현재 홍콩독감 이후 40여년이 지나도록 대유행은 없었으나,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신종인플루엔자가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발생한 이후 급속히 전파되고 있어서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가정하기에 이르렀다.

신종플루의 원인균은 사람·돼지·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진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인 ‘H1N1’으로 알려지고 있다. 멕시코 등 북미와 유럽, 아시아의 산업형 대규모 사육농장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환경을 제공했고 식품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농축업과 교역 시스템 때문에 병역(病域)은 넓어졌다. 불균등한 자원분배와 전쟁 따위에 자연의 질서는 확연히 응답한다. 자연은 지구 온난화와 종(種)의 감소, 폭풍, 가뭄, 해빙(解氷)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인류에게 보복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플루 창궐의 원인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다.

신종플루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고 대유행을 걱정할 지경에 이른 다음에야 치료제 확보와 예방 백신의 생산이니 거점병원과 약국 지정 따위로 뒤늦게 법석을 떨고 있지만 혼선만 빚고 있다. 현재의 의학수준과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동한(東漢)말 공융(孔融)이 조조(曹操)에게 잡혀가던 날, 그의 7세 된 딸과 9세 된 아들은 묵묵히 바둑을 두고 있어 사람들은 빨리 도망하도록 종용했다. 그러나 공융의 딸은 매우 침착하게 “새집이 부서졌는데 어찌 알이 깨지지 않겠습니까?(安有巢毁而卵不破乎)”라고 했다. 소훼란파(巢毁卵破)라는 말은 보금자리가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는 뜻으로 《후한서 권100 열전(列傳) 제60 공융전(孔融傳)》에 나온다. 방어벽이 무너지면 그 구성원들도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됨을 비유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혹서의 중부 인도에서 45년 동안 법을 펼치면서 80세의 고령에 이르렀고 여러 차례의 중병에도 불구하고 교화여행을 계속했다. 석가모니가 쿠시나가라의 숲에 이르렀을 때, 제자가 공양한 음식이 상한 줄 알면서도 감연히 드시고는 심한 식중독을 일으켜 쇠진하시다 “제행(諸行)은 반드시 멸하여 없어지는 무상법(無常法)이니라. 그대들은 중단 없이 정진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다”고 설하신 후 열반에 드셨다.

전생의 인과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자기가 받고 있는 결과에 대해서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현재 자기의 처지가 자기 스스로 한 행위의 결과라 생각하고 달게 받으면서 원망하지 말라(甘受不怨)고 하셨다. 아무리 바동거려 보았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달게 받아들이면서 지금부터라도 선업을 짓자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면 과거에 지은 죄업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달게 받는 자세로 안심을 얻으며 최선을 다해 재앙을 물리치고 복락이 오기를 기원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진리의 뜻이요, 성자의 가르침이다.

신종플루는 진정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생령에 대한 사람의 행태가 계속 이럴진댄 더욱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들이 수개월 혹은 수년 안에 반드시 생성될 것이다. 과거 대유행한 인플루엔자의 경우 사람끼리의 전이과정을 통해 더욱 강력한 형태로 재확산된 전례가 많았다.

이제라도 예방과 치료 대책을 꼼꼼히 재정비하고 집행해야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치료제가 남용되지 않도록 막는 일도 중요하다. 의심환자들이 신속하고 값싸게 확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신종플루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급속한 전파력을 갖는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노약자와 임산부, 아동 등에 대한 특별관리가 중요하다. 신종플루와의 싸움을 방역당국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은 ‘전염병 예절’이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가을철 대유행이 예고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천지자연과 인과응보의 진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

김 정 택<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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