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와 ‘자유로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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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와 ‘자유로운 영혼’
  • /강한성 국장
  • 승인 2010.02.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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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여 앞두고 지난 17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상당수 도민들은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지사는 도민 대통합과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는 취지로 서면 기자회견을 했다. 김 지사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선택’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4년 전 도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을 때 이미 결정한 것”이라며 불출마가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현직 도지사의 출마로 많은 갈등을 겪어 왔고, 이 같은 갈등은 제주사회와 도정에 큰 부담이 되어 온 점을 들어 “이제 도민사회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고, 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뒤로 한 채 불출마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자리든 물러설 때를 알고, 물러서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엄청난 고뇌와 용기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용단’이라며 후하게 점수를 매기는 도민도 많고,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조한 지지도 등 여건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 지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세간의 평가를 떠나 김 지사의 말처럼 불출마 선언이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제주사회 현안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 가는 도정과 이의 현재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제주도정은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라는 목표를 향해 속도에 무게 중심을 두어왔을 뿐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잉태된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는데 소홀했음이 사실이다. 또한 제주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과 영리병원 등도 마찬가지다. 속도가 완성도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 부재로 갈등이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책임은 도정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며 구성원 모두가 짊어져야 한다.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은 3선 도전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 정치적 자유존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도민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기에 의미가 매우 크다.

촛불이 빛을 내려면 스스로 태워야 하듯 밝음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영혼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다. 자기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한 영혼 없는 망령이 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영혼은 명예가 아닌 정신을 남긴다고 한다. 김 지사가 남은 임기와 자연인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도민 대통합을 위해 자신을 내던져야 도민들은 ‘제주발전을 위한 대통합 정신’을 기억할 것이고, 훗날 역사도 그렇게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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