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로운’사회 만들기는 우리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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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사회 만들기는 우리 몫
  • /제주불교
  • 승인 2010.03.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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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이 지난 11일 입적했다.

평생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며 ‘무소유’ 정신을 실천한 스님은 ‘탐욕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인도하는 정신적 스승이었다.

스님은 수많은 저서를 통해 중생들과 소통하며 무소유, 종교간 평화, 생명존중 사상을 설파하고 몸소 실천함으로써 수행자와 종교인의 표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소유 정신은 탐진치 삼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향감각을 상실한 우리들에게 대안을 제시했고, 가톨릭․원불교 등 이웃종교와의 소통과 왕래는 종교간 평화의 길을 안내했다. 시민운동단체 ‘맑고 향기롭게’를 통해서는 환경보호․생명존중의 지평을 넓혀 왔다.

또한 스님은 1970년대 유신 철폐 등 반독재 투쟁에 동참해 폭력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정권에 맞섬으로써 어둠의 시대에 민중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줬을 뿐 아니라 이후 정권들의 평화․정의의 범주를 벗어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같은 스님의 실천적 삶과 수많은 저서는 사람들을 소통하도록 연결해 주었고, ‘나와 너’라는 벽을 허물어 진리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도록 인도했다.

스님은 종교의 본질을 ‘따뜻한 가슴과 자비의 실천’이라고 했는데 이는 곧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 기초하고 있고, 수많은 글과 법문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종교가 민중의 삶이나 역사를 초월한 그 어떤 영역에서도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마광(司馬光)은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스승은 만나기 쉽지만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우리시대 ‘참 스승’ 중 한 분이었던 스님의 입적은 모든 이들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스님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가지만 절대진리의 메시지를 담은 글과 법문은 오롯이 남아 있기에 스님의 정신은 항상 우리들 마음속에 머물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스님의 말씀처럼 ‘휴일이 없는 소유욕’으로 세상이 어지럽고 불통(不通)으로 편가르기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에야말로 모든 이들이 스님의 명정한 글과 법문을 경책 삼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불필요한 것은 가지지 않는’ 무소유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소욕지족(少慾知足)을 통해 이웃과 나누며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서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차지하고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열리는 통로다.”-스님의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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