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강남 아이․제주 부농에게 주는 ‘껌값’…납세자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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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강남 아이․제주 부농에게 주는 ‘껌값’…납세자는 서럽다
  • /임창준 논설위원
  • 승인 2010.03.24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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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부농들까지 학자금 팍팍 지원

제주도가 읍․면과 동(洞) 외곽지에 거주하는 농축산어민들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빈부(소득)격차에 관계없이 모든 농어민들에게 획일적으로 이를 지원함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모두 4230명의 농어민 자녀들에게 수십억 원의 학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 지원대상은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면서 고교생 자녀를 둔 농어민들을 대상으로 수업료 및 입학금 전액을 지원한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연간지급액은 고등학교 수업료는 물론 입학금까지 모든 공납금으로, 제주시권은 123억원, 서귀포시권은 90억원, 읍․면 지역은 87억원이다.

그런데 이들 농어민 자녀들에게 지급되는 학자금은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감귤농가 및 축산농가 등이 수두룩한데도 이들 억대 부자 농어민들에게까지 모두 지급돼 도민혈세가 과연 이렇게 흥청망청 쓰여 져도 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못사는 농어민의 자녀들에게 이런 돈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할 주민은 아무도 없을 게다.

도 당국이 이밖에 시(市) 지역의 동(洞) 지역에 거주하면서 주거․상업․공업지구에 사는 사람은 농어업인이 아니어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 이외 지역에 거주, 겉으론 농업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도시에서 점포나 기업을 거느리며 고소득의 판매업․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형편인데, 실질적으로는 이들의 자녀들에게도 학자금이 모두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앞둬 돌연 무상급식 정책 나와



중앙정치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문제가 전국적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무상급식 추진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한나라당도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갑자기 무상급식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몰이’를 위한 인기용 정책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국민 개인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정부가 대신해준다면 이를 싫어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학생들에게 점심만 공짜로 줄 게 아니라 학용품도 공짜로 주고, 방과 후 수업도 무료로 해주면 좋을 것이다. 대학생 등록금은 절반으로 깎고 노인들 기초연금액을 팍팍 올려주는 것도 좋다. 전 국민의 점심을 국가가 제공하는 것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대다수 국민이 박수를 칠 것이다. 문제는 그러려면 세금을 지금보다 훨씬 더 걷어야 하거나 다른 곳에 긴요하게 써야 할 예산을 이런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잣집 자식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하면 진짜 평등사회가 도래할 것처럼 생각하는 건 심각한 착각이다. 서울 부자동네로 유명한 강남집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해주면 ‘껌값’을 지원해주는 거나 매한가지다. 껌값을 준다고 고마워 할 부자가 있을까.

현재 전국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복지시설 수용학생, 한 부모 자녀, 소년소녀가장, 차상위 계층 등 88만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드는 예산이 연간 5400억원이다. 이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을 문제삼을 사람은 없다. 강남에 사는 초·중학생을 포함해 모든 초․중학생 548만명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해준다면 해마다 2조원이 든다. 1조 5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하거나 다른 데서 충당해야 한단다.



‘생산적 복지’가 확대돼야



복지엔 생산적(生産的) 복지가 있는가 하면 낭비적(浪費的) 복지도 있다.

집이 가난해 정상 교육을 못 받을 형편의 아이들을 그냥 방치해둬서 그 아이들이 가난의 악순환에 빠지거나 범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사회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국가가 그런 아이들을 지원해 교육을 시켜 줘 성실한 납세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생산적 복지다.

반면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 한 달에 수백만원씩 사교육비를 쓰는 아이들까지 한달 5만~6만원의 급식비를 공짜로 해준다고 그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거나 장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걸 고집하는 것은 ‘복지’라는 단어를 끌어다 사용하기 위한 포퓰리즘에 다름없다. 그런 정책은 진짜 중요한 다른 복지의 질(質)을 떨어뜨리는 ‘낭비적’ 복지라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잘못 편성된 복지예산은 납세자에게는 납세의무에 회의를 갖게 해 납세를 기피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주민들에게는 그릇된 공짜정신을 심어준다. 월 200만원짜리 봉급자가 내는 세금이 강남부자나 제주에서 억대를 버는 부농의 자녀를 위해 사용된다면 납세자의 마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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