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 스님의 명상 편지-단지 바라보기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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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명상 편지-단지 바라보기만 하라
  • /인경 스님
  • 승인 2010.03.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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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보낸 명상편지,

바히야의 ‘마음해탈’이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부연설명을 요청하신 분이 계십니다.

이 점에 감사드리며 답변을 하고자 합니다.



“볼 때는 보기만 하고 들을 때는 듣기만 하고,

감각할 때는 감각만 하며 인식할 때는 인식되어질 뿐,

그곳에는 바히야여, 그대가 없다.

그대가 그곳에 없음으로 괴로움 또한 없다.”



우리는 사물이나 인물, 혹은 세상을 바라볼 때

그냥 존재하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자극이 오면

자동적으로 판단하고 비난하고

그곳에서 늘 근심과 함께 합니다.



외적, 내적인 자극은 첫 번째 화살입니다.

첫 번째의 화살은 역사적인 현실이고

내가 처한 인연의 맥락이라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허용하고 수용하고

바라보고 있으면 곧 지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첫 번째의 화살을 그냥 보내지 못합니다.

내게 닥쳐온 손님들을 평가하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반응하고 통제하여

자신과 타인을 향하여 두 번째의 화살을 끝내 날리게 됩니다.

이것은 바로 자아의 방어적인 활동이고

바로 고통의 중심축입니다.



볼 때는 보기만 하라.

이 말의 빠알리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볼 때는 보여지도록만 하라’가 됩니다.

인위적인 의도로서 자아를 그곳에 개입시키지 말고

존재하는 그대로 허용하고 수용하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차적인 기존의 지식이나 선입견으로

반응하지 말고,

온전하게 그 자체로 충분하게

경험하고 느껴보라는 말입니다.



봄에 꽃을 볼 때,

청명한 하늘에 종달새의 소리를 들을 때,

내가 그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꽃이 보여지게 하고

새소리가 내게서 들여지게 하는 것,

마음을 열고 온전히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

이때 그곳에 분별하고 판단하는 자아가 없습니다.

이런 자아가 없기에 괴로움도 없습니다.



알아차림과 깨달음은

서로에게 방해 없이 스스로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올라오는 달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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