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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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의 부활
  • 김승석<본지 편집인>
  • 승인 2010.06.0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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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제주 도정의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정해군기지건설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뜨거운 불이라면,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따른 얼개를 어떻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인지 여부는 2013년을 종기(終期)로 하는 중장기 목표라 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지방행정계층 개혁과 관련한 논란이 심각할 당시 필자는 도내 4개 시․군을 폐지하고 1도 광역행정체계로 개혁하는 입장에 대하여 반대했다.

도(道)만 정치적 자치권을 갖는 광역자치로 통합하자는 입장은 글로벌 경제에 대응한 규모의 광역경제권 구축이라는 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었으나, 시․군을 폐지하고 광역 단위로 묶었다고 해서 도농(道農)간의 지역 및 소득격차가 통계상 줄어들면서 하향 평준화되는 것에 불과하고 내부적으로는 흥하는 제주시, 북제주군과 나머지 서귀포시, 남제주군 사이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지역경제발전의 힘인 시너지 효과를 거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단순한 행정시 또는 행정구로 개편하는 방안은 주민 근거리행정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자치의 본질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주민자치권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제주대 법대교수들의 지적은 옳았다고 본다.

2004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배경에는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도 폐지, 시․군 통합, 60∼70개 자치시’ 방안과 일맥상통한다. 분권없는 껍데기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행 광역자치를 효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하고 시․군을 통합하여 인구 50만 내지 100만의 광역시로 단층화하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중앙집권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진정한 의미의 지방주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분권없는 자치제도가 존속되고 더구나 국세 우위의 재정구조가 그대로 존속된다면 새로 설립되는 60∼70개 자치시의 창의적 지역발전노력을 유도하기 어렵고 중앙집권만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4년의 제주특별자치도의 운영을 통해 시․군 폐지로 인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민원들이 도청에 집중되면서 도정은 과부하(過負荷)에 걸리고 주민들의 불편은 더 높아진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제주가 낳은 석학으로 현재 경기발전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인 좌승희 박사도 ‘기초와 광역자치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발상’은 세계적인 지역의 초광역화 추세에도 역행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폐기하고 지역간 행정적 구분을 초월하는 6개의 광역권(레지옹)을 설정하여 중앙정부 주도의 지역관리체계를 6개의 광역권에게 넘겨주어 광역권(廣域圈)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기초자치단체와의 상생협력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정부 주도의 국토균형발전제도를 47개 광역지자체가 8개의 광역계획권 안에서 공동으로 수립하는 이른바 지역주도형 도주제(道州制)로 전환하고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20여 개의 선진국 중에서 인구 1000만 명 정도에 불과한 작지만 강한 국가이다. 마찬가지로 제주도는 자기보다 10배 이상 덩치가 큰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등의 광역권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작지만 강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다만, 중앙정부가 외교․국방․통상․통화․금융 등의 국가사무를 제외하여 ‘제주에 자기결정권을’, ‘제주에 자주세원’을 갖출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준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광역단체인 도(道)와 기초자치단체인 제주시․서귀포시 간에 자치권의 차별․차등화를 통해 비효율적 사무 중복과 업무 전문화를 도모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폐지 또는 부활은 헌법사항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사항이다(憲裁 2005헌라5호 참조). 기초의회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헌법위반이 아니다.

문제는 작지만 강한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에 역동성을 부여할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있다. 우(禹) 당선인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도내 각계각층의 여론 주도층의 적극 참여 하에 모범 답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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