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마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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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마음 읽기
  • /강한성 편집국장
  • 승인 2010.06.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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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스승이 제자의 공부를 채근할 때 ‘고양이가 쥐 잡듯 하라’, ‘닭이 알을 품듯 하라’ 등의 비유를 든다. 고양이가 한 눈 팔면 쥐를 놓치게 되고, 닭이 오래 떠나 있으면 알이 상하게 되기에 한 곳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정치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민의 행복증진이 정치의 지향점이기에 위정자는 오로지 위민(爲民)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6․2’지방선거에서 여당의 패배는 국민의 마음 읽기를 소홀히 한데 기인한다.

선거 결과 16개 광역자치단체(민주당 7곳, 한나라당 6곳, 자유선진당 1곳 무소속 2곳)와 228개 기초자치단체 (민주당 92곳, 한나라당 82곳, 자유선진당 13곳, 민주노동당 3곳, 국민중심연합․미래연합 각 1곳, 무소속 36곳)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압승했다.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광역자치단체 12곳, 기초자치단체 155곳을 싹쓸이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방권력의 대이동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해당 지역인 대전시와 충남․북은 원안 추진을 공약한 야당 후보가, 4대강을 끼고 있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경기․경북을 제외하고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들 권역에서의 야당 후보 대약진은 세종시 원안 추진과 4대강 개발 사업 중단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4대강 개발 등 개별 국책사업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 있지만 2008년 촛불집회․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 등에서 나타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후퇴, 부자 감세, 대결적 대북 정책 등 국정운영에 대한 반감이 표심으로 분출됐다고 볼 수 있다. 민심의 심연(深淵)에는 일부 국책사업과 국정운영에 대한 대수술을 요구하는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하지만 그 기간동안 ‘민주주의 학습 효과’로 인해 상당수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평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이를 읽는데 실패했다.

이같은 국민의 목소리와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동떨어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를, 그리고 4대강 사업은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권자에 있어 선거는 권력에 대한 심판인 반면 정치인들에게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집권 하반기에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띰에 따라 여당 참패는 현 정부 전반기 정책 전반에 대한 심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물론 독주하는 여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하면서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분명하다.

타인의 마음을 얻으려면 철저히 타인이 되어야 하듯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는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이번 선거에 표출된 민심을 겸허한 자세로 탐독하고 민심이 요구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그 중심축은 대통령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성찰의 기회로 삼아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민심에 담긴 메시지를 수용하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무이자 ‘국민을 섬기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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