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베웃입고 꽃신신고 가는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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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디고운 베웃입고 꽃신신고 가는 님아
  • /수상 스님<반야사 주지>
  • 승인 2010.08.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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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명한 박모 불자님의 입관기도를 위해 반야사 신도들과 함께 제주시내 모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입관실에 가기 전에 입관중 유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갑작스런 비보에 놀란 반야사 신도들은 박모 보살님과 육신으로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했다.

입관실에는 남․여 상장례사가 입관을 하기 위해 영가님 곁에 서 있었다.

나는 향 한 자루를 피우고 영가의 머리맡에 가서 영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향을 한번 돌리며 영가님의 입관의식의 시작을 알렸다.

“열리소서 서방정토의 빛이여. 금일 입관의식을 거행하는 이 자리에 강림하시어 영가님을 극락세계로 인도하여 주옵기를 바라옵니다”요령소리가 입관실 가득 울려 퍼지고 상장례사들은 염습을 시작 하였다.

이곳 장례식장은 불자가 운영하는 곳이라, 그래도 불교식 입관의식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천으로 덥혀 있는 영가는 우리 앞에 누워 있다. 신도들은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영가와 마주하고 있다. 유리칸막이가 저승과 이승의 경계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에서 그저 멀리 떠날 준비를 하는 영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입관실 가득 울려 퍼지는 염불소리가 굽이굽이 영가님께 전달되어 사바세계 정한 모두 놓고 부디 극락왕생하시기를 기도 하였다.

육신으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고, 이것이 고인을 형상으로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임에도 죽은 자는 말이없고 산자는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가슴만 먹먹해져 온다.

상장례사의 도움으로 영가는 곱디고운 베옷으로 갈아 입었다. 살아계실 때에도 고우셨지만 베옷 입은 영가는 참으로 고왔다. 살아생전 화장도 하지 않던 영가셨는데 오늘은 곱게 화장까지 하고 있다.

기초화장부터 색조화장까지, 예쁘게 화장하고 머리도 곱게 빗어 진분홍 꽃신도 신으셨다. 마지막 가시는 길. 곱게 가시라고 살아있는 인연들이 그녀의 가는 길을 돕고 있다.

가슴 한구석 슬픔으로 힘겨워하던 우리는 영가의 고운 모습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입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기도는 1시간 반 동안 쉼 없이 계속됐다. 혼신을 다해 영가를 위한 기도 삼매 속에 빠져 들다보면 팔다리가 저린것도 잊고 기도하게 된다. 이 모두가 부처님의 위신력이 함께 하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어 진다.

기도의 가피인지 염습과정을 바라보고 있던 인연들은 얼었던 눈이 녹듯 가슴 응어리가 풀리는 듯 마음까지 평온해짐을 느꼈다고 한다.

나 또한 가엾은 한 영혼을 보며 가슴 한구석 안타까움이 가득하였는데 오늘 입관의식을 치르고 나니 이제는 조금 평온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관기도가 끝나고 성복제(成服祭)를 하기 위해 분향실로 모두 이동했다. 분향실에는 영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해왔던 많은 인연들이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와 있었다.

살아생전 봉사와 베품으로 살아왔던 그녀였기에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다.

성복제는 염습을 끝내고 상주들이 상복으로 갈아입고 망자의 영전에 제사를 모시는 의식이다.

상주들이 상복으로 갈아입고 참석한 가족들과 인연들이 영가전에 잔을 올린다. 성복제는 불교식을 잘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토왕생 발원문과 함께 영가님께 바치는 ‘무상계’와 ‘빛으로 돌아오소서’ 조가를 불렀다.

“곱디고운 베옷입고 꽃신 신고 가는 님아~ / 이승의 짐 훌훌벗고 고이가소 정든님아~.”

노래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우리도 노래를 듣던 가족들과 인연들도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먼저 가신 것이 너무나 야속하고 밉지만 그래도 정든님아~ 고이 고이 가시옵소서.

아미타 부처님이시여! 오늘 한 영혼이 육신을 떠나 당신의 품으로 돌아가나니 자비한 손길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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