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편지-개념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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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편지-개념자아
  • /인경 스님
  • 승인 2010.09.23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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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자아란 말 그대로 개념에 의해서 파악된 자기입니다.

〈무엇인 나인가?〉라고 질문하면,

‘나는 쓸모가 없어’ 혹은 ‘나는 멋진 사람이야’

이렇게 대답한다면, 이것이 바로 개념자아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과 관계없이

개념에 의해서 파악된 자기로서 개념자아는

견고하게 굳어져 있고,

유연성이 결여된 관념, 신념입니다.



개념자아는 일종의 개념화된 그림과 같습니다.

개념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은

항상 똑같은 형태를 반복합니다.



배경으로서 산과 꽃의 구도뿐 만아니라,

주요인물의 눈썹과 코의 모양이 항상 똑 같습니다.

아마도 어릴 때 이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힘들게 창조하기보다는

마음속의 개념들을 만화처럼

판에 박힌 듯이 습관적으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나는 옳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은

끊임없이 판단하고 상대방을 지적하면서 고쳐주려고

스스로도 힘들게 노력합니다.

나는 힘이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어느 자리에서나 자신이 힘이 있음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개념자아는 긍정과 부정, 빛과 그림자처럼

한쪽은 웃고 다른 쪽은 눈물을 흘리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입니다.



나는 옳다고 믿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두려워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완벽하지 못함에 우울해 합니다.

나는 힘이 있다는 자아개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나약함을 허용하지 못하고,

더욱 거칠고 오만한 태도를 취합니다.



개념자아는 개인적 성격이나 기질이지만,

그 본질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전략입니다.

마치 병 속에 갇힌 새처럼,

그는 자신의 개념을 통해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봅니다.

더더욱 여기에 동일시된 자아는

개념, 신념, 믿음이라는 자신의 안경에 집착하는 까닭에

크게 힘들지 않는 한,

이것을 자각하거나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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