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리고 착한 영혼을 보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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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리고 착한 영혼을 보살펴 주소서
  • 수상 스님 <반야사 주지>
  • 승인 2010.09.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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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대학교병원 호스피스 간병기도를 돌던 날, 소아암 어린이를 기도 한 적이 있었다.

그 어린이의 부모가 임종을 앞두고 입관기도 부탁을 해 오셨다.

12살 된 어린 영혼이라는 소식에 가슴 한 구석이 아팠다.

제주바라밀호스피스회원들과 함께 제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입관실에는 어린 영가의 어머니와 아버지, 고모, 고모부 그리고 친척 한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가는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향 한 자루를 사루고 영가 주변을 돌며 입관의식의 시작을 알렸다. 요령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차디찬 입관실 안의 공기는 부처님의 법향으로 가득 차 올랐다.

흰 천이 벗겨지며 어린 영혼의 육신이 드러난다. 까까머리에 깡마른 몸, 복수가 차서인지 배는 볼록 나와 있는 등 어린 영가의 모습은 차마 가엾어서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영가의 어머니는 소리내어 오열했다.

영가의 어머니께 다가가 “힘들겠지만 우시면 영가가 더 힘들어지니 울지 마시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부처님~. 저 어린 영혼을 부디 보살펴 주시옵소서….”

염습 과정을 바라보던 호스피스 회원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간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간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간 얼마나 아팠을까. 어린 나이에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자니 얼마나 힘겨웠을까.’

깡마른 육신이 그간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듯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도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도 젖어든다.

어린 영가가 베옷을 입고 있다. 어린 영가에게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베옷이다. 베옷 입은 어린 영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부모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디 귀한 아들일 것이다. 부모보다 먼저 가는 아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5년 전 암이 발견되어 힘겨운 투병을 하였다고 하니,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한 여느 아이들의 평범한 삶이 어린 영가에게는 꿈이었고, 모두가 부러웠던 일상이었을 것이다.

영가가 베옷을 다 입었다. 몸이 마르고 작아서인지 어른들의 염습보다 30분 정도 빨리 끝났다.

입관 도중 다라니와 탑다라니가 보이지 않아 가족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했구나 싶었는데 어느 새 호스피스회원이 급히 나가더니 탑다라니 2권과 돈다라니를 여러 권 가져온다. ‘큰복을 지으셨으리라.’

입관이 모두 끝나고 관 뚜껑을 닫으니 영가의 부모는 다시 오열한다.

‘이제 영영 보지 못하는구나’ 싶어 더욱 가슴이 아파 왔을 것이다. 그런 부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전해지는 듯했다.

우리는 입관을 마치고 성복제를 올리기 위해 분향실로 이동했다. 분향실은 썰렁했다. 초등학생 3학년인 동생이 두건을 쓰고 상주가 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듯 동생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잔도 올리고 절을 한다.

가신 영가도 안쓰럽고 남아있는 가족들의 모습도 한없이 안쓰럽기만 했다.

성복제는 불교식으로 진행되고 우리는 음성공양으로 ‘빛으로 돌아오소서’ 한 곡을 영가께 올렸다.

오늘 이 외로운 어린 영가를 위해 입관기도를 해 줄 수 있어 부처님께 감사 드렸다.

여리고 착한 영가시여, 사랑하는 가족들이 영가를 배웅합니다.

부디 아미타 부처님 나라에서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오직 아미타 부처님의 광명의 빛을 따라 극락정토에 드시옵소서. 그리하여 빛으로 돌아오소서.

“무한한 광명의 바다 아미타바 영원한 생명의 바다 아미타유수 근원에서 왔으니 아미타바야 근원으로 돌아가네 아미타바야 광명에서 왔으니 아미타바야 광명으로 돌아가네 아미타바야 영원에서 왔으나 아미타바야 영원으로 돌아가네 아미타바야 기쁨에서 왔으니 아미타바야 기쁨으로 돌아가네 아미타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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