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력 돈독히 다진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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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력 돈독히 다진 성지순례
  • 김성도 <서귀포불교대학 21기>
  • 승인 2010.10.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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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알리는 억새가 산들 바람결에 손짓하는 9월 끝자락에 서귀포불교대학 21기 법우회 도반 26명은 전라도 지역 사찰을 대상으로 성지순례에 나섰다.

완도에 도착한 한반도 최남단 땅끝에 있는 갈두산 사자봉 전망대에 올라 추자도를 바라보며 잠시 고향의 풍광을 그린 후 해남군 두륜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22교구 본사 대흥사 순례를 위해 발길을 돌렸다.

대흥사는 신라말(426년) 정관 스님이 창건했다. 여러 차례 중창불사를 거듭하면서 대웅보전․침계루․명부전․나한전 등을 비롯해 1669년 표충사, 1813년 천불전을 복원하는 등 현재의 가람을 이루게 됐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거느린 승군(僧軍) 총본영이 있던 곳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13인의 대종사와 대강사를 배출시킨 명찰이다. 일주문을 옆에 두고 대종사의 사리를 봉안한 50여기의 부도탑과 탑비가 일행을 맞이한다.

또한 차(茶)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던 초의선사도 이곳에서 배출되었기에 다선일미(多禪一味)의 뜻을 감미해 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대웅보전․천불전을 참배한 후 윤장대를 돌리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품에서 행복한 느낌에 젖어든다.

이튿날 이른 아침 다음 순례지인 전남 장성 백암산에 자리잡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8교구 본사 백양사로 향했다.

법화사 회주이자 백양사 주지인 시몽 스님은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우리들을 위해 법을 설해 주셨다.

이어 스님은 백양사 쌍계루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주셨다. 쌍계루는 남원 광한루, 진주 촉석루, 경복궁 경회루, 밀양 영남루, 삼척 죽서루, 대동강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누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씀했다.

고려 충신 정몽주는 쌍계루를 늘 그리워했다고 한다. 백양사에는 “노을빛이 아득하여 저문 산이 붉어지고, 달빛이 배회하니 가을 물이 맑아지네” 라는 정몽주의 시문 편액이 걸려 있다고 했다.

정몽주 외에도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들이 쌍계루와 관련해 지은 시만 400수(首)가 넘을 정도라니 예부터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했음을 짐작케 한다.

다음 순례지인 전북 고창군 선운산도립공원 내에 자리잡은 선운사 도솔암으로 향했다.

도솔암 서쪽 거대한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좌상은 보물 제1200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데 고려초 마애불 계통의 불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애불과 함께 산 중턱에 자리잡은 내원궁에는 보물 제280호인 지장보살상이 봉안돼 있어 해동제일의 미륵․지장기도 도량으로 불리고 있다.

도솔암 참배를 마친 일행은 마지막 순례지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로 향했다.

서기 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 존자가 중국 동진에서 해로를 따라 이곳을 통해 백제에 입국했던 곳이다

영광군은 지난 2006년 5월 전법의 신승 마라난타 존자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법당과 탑원을 세우고 유물관을 만들어 백제불교의 문화사적 역사를 재구성했다.

우리 일행은 이곳 법당에서 108배와 반야심경․사홍서원으로 순례를 회향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21기 도반들의 모습에는 순례를 통해 수행력을 더욱 돈독히 하는 한편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인지 불자로서의 자긍심과 더불어 환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가위로 종이를 자르고 톱으로 나무토막을 베어낼 수는 있으나 톱으로 종이를 자를 수 없는 평범한 지혜를 체득했기에 하였기에 돌아오는 발걸음도 무척 가볍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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