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불자들-한울타리회, 국수공양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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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불자들-한울타리회, 국수공양 현장을 가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0.10.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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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그릇에 살갑게 다져지는 가족애




매월 둘째주 화요일 장애인복지관서 봉사


자체회비로 경비 조달…9년째 자비행 실천




불자들로 구성된 한울타리봉사회는 매월 둘째주 화요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이동한)을 찾아 간식으로 국수를 공양하고 있다. 회원들은 100여명의 장애인과 직원들에게 정성껏 만든 국수를 공양하며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는데 지난 12일 현장을 찾았다.



   
 
  한울타리회는 매월 둘째주 화요일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국수 공양을 올리는 봉사활동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한울타리회는 많이 가져도 베풀 수 있는게 아닌 마음이 우선이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찰에선 많은 대중이 모이는 날이면 비빕밥이나 혹은 국수를 공양으로 제공한다. 불가에서는 국수를 스님들을 미소짓게 한다 하여 ‘승소(僧笑)’라 불린다.

지난 12일 국수가 장애인들을 미소 짓게 했다. 한 달에 1번 장애인들에게 공양되는 국수인지라 별미로 다가왔기 때문인지 반가움의 미소가 가득했고, 공양 후엔 포만감에 저절로 미소가 이어졌다.

한울타리회원들은 공양시간인 오후 2시 30분에 앞서 오전부터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식당에 도착해 각종 재료들을 손질하느라 분주했다.

어느덧 9년째 봉사하고 있기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물을 우리고, 고명을 만들고, 면을 삶는 등 능숙한 손놀림으로 움직인다.

국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물. 커다란 통에 멸치가 가득 담긴 자루와 큼지막한 다시마․무 등 갖은 재료를 넣어 오랫동안 우려내더니 맑은 국물이 제대로 우러나온다.

한 회원은 “이 국물을 기다리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곳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최고의 맛”이라며 “국물을 남길 없이 먹는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고마움으로 다가 온다”고 말했다.

면발이 올려 진 그릇에는 계란․당근 등의 고명이 얹어 지고, 그 위에 국물이 부어지면서 먹음직스런 국수가 완성된다.

장애인들은 공양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식당에 발을 들여놓았다. 식당에서 흘러드는 고소한 내음이 어느덧 복지관에 가득 퍼졌던 모양이다.

한울타리회 총무 고계출씨는 일찌감치 식당을 찾은 장애인들을 반갑게 맞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회원들은 밀려드는 장애인과 직원들에게 국수를 내놓느라 정신이 없지만 회원들을 반기는 장애인들의 미소에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 흐뭇해하는 표정들이다.

두 그릇까지 깔끔하게 해치운 장애인들은 입이 귀밑에 걸릴 정도로 만족해한다. 한울타리회원들은 물론 복지관 직원까지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한울타리회는 지난 2001년부터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국수를 공양하고 있는데 복지관에서의 간식 공양은 한울타리회가 유일하다.

제주불교대학 7기 졸업생들로 구성된 한울타리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행으로 사회에 회향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복지관에서 자장면을 공양하던 모 단체가 사정상 봉사활동을 중단하게 되자 회원들이 국수 공양을 하게 됐는데 올해로 9년째가 됐다.

   
 
  면이 올려진 그릇에는 계란.당근 등의 고명이 얹어져 먹음직스럽다.  
 
그동안 회원도 많이 바뀌었지만 항상 15명 내외의 회원을 유지하며 어김없이 한 달에 한차례 국수를 공양해 오고 있다.

점심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강원명씨는 “하루만 봉사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동참한 게 오늘까지 이르게 됐다”며 “장애인들이 국수를 먹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 벌써 8년째에 접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한 관장은 “한울타리회원들은 누가 알아주든 말든 일관되게 아상(我相) 없이 자신의 일상에서 헌신하는 관세음보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장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서도 마음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한울타리회원들”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참다운 불자이자, 참다운 실천불교를 행하는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웃을 보듬은 것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결과는 기쁘고 보람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많이 가져야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베풀려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가르침을 한울타리회원들이 직접 실천하며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고계출 한울타리회 총무


“나누는 기쁨 봉사활동 원동력”


   
 
   
 
“장애인들이 건네는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우리들에게는 최고의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고계출 한울타리회 총무는 나누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큰 공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 총무는 “회원들과 장애인들과 한가족처럼 지내게 된 것은 9년 동안 꾸준히 전개된 봉사활동 때문”이라며 “그러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회원들이 봉사활동에 발벗고 나서는 등 자비심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고 총무는 “처음 공양을 시작할 때에는 점심 후 간식이라 많이 찾을까 하고 걱정이 많았지만 두 그릇까지 비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면서 “여름철이면 비빔국수, 명절 때면 떡국 등 메뉴를 계절별로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총무는 “자체 회비로 재료를 구입해야 하기에 재원은 항상 부족하다”며 “하지만 부처님의 가피 덕분인지 몸소 동참하지 못하지만 보시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고 총무는 “한울타리회에는 회장이 없는 게 특징”이라며 “회원 모두가 회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회장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 총무는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보다 많은 불자들이 동참하길 기대한다”며 “장애인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서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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