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희 인도민화 연구가 | ||
홍익대에서 ‘조선시대 불화에 나타난 의상의 영향’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하 박사는 지난 1987년 불화 연구차 인도를 방문, 인도 신화와 민화와 만났다. 그 후 인도 국립 비스바바라티대학에서 ‘조선 불화와 아잔타 불화의 비교연구’로 석․박사학위를 땄다.
우리나라 불화는 도식화되어 있지만 아잔타 석굴 벽화에는 부처님과 곤충, 식물 등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어 뭇 중생이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기본 가르침이 잘 표현돼 있다고 한다.
하 박사는 “인도에서 민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신을 그리는 행위다. 인도인은 그런 만큼 당당하게 전통을 지키며 고도의 문명과 더불어 살아간다. 민화를 그리며 자신이 신화 속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속의 삶을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 박사는 “민화를 그리는 것은 창작행위가 아니라 단지 놀이일 정도로 받아들이기에 인도인들은 개종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인도인들에게 종교는 삶 자체다”라고 설명했다.
제주대서 20여년간 강의
인도민화박물관 건립 꿈
“인도 민화에는 인간의 온갖 지혜와 상상력이 살아 있다”는 하 박사는 “이같은 역사적 흐름을 통해 불화를 재조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또한 이해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하 박사는 “부처님 재세 시 종교와 세속은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현은 당시 힌두교의 복잡함과 카스트제도에 의한 불평등을 포함한 구조적 모순 타파 등 당시 인도사회의 환경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 박사는 1500점에 이르는 인도민화를 소장하고 있다. 하 박사는 소장 작품들을 활용해 청계천문화관․충북대학교 박물관․제주대학교 박물관 등에서 ‘인도 민화전’을 개최했는데 마지막으로 ‘신들의 고향’인 제주에 인도민화 박물관 건립을 꿈꾸고 있다.
하 박사는 20여년 동안 제주대 미술학과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는데 제주가 좋아 3년 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하 박사는 “인도민화가 3000년의 역사 속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종교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에 가능했다”며 “종교의 가르침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인도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종교적 삶의 일상화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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