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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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부처님!
  • 한기완 <객원기자>
  • 승인 2011.04.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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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한라산 관음사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니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지고 있는 가운데도 24일에 있을 민족전통문화수호 결의대회를 앞두고 재가불자들이 비를 맞으며 많은 울력에 동참하고 있었다.

일상의 바쁜 시간을 쪼개며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불자들을 보는 순간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한라산 관음사 대웅전 앞에는 민족문화수호 결의대회와 부처님오신날 장엄을 준비하기 위해 묵묵히 울력을 하는 사람들 중에 개인용달을 운영하고 있는 낯익은 60대 후반의 이 모 거사님이 눈에 띄었다. 그분의 가족들은 독실한 기독교신자들이고, 사위는 목사로 목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있다.

그런데 갑자기 불교로 개종을 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외손자와의 슬픈 가족사 때문에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주변사람들이 이야기 뿐, 본인 입에서는 속 시원한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하면 그분은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부처님께 달려와 감사기도를 올리면 충만한 마음이 더더욱 커지고 항상 부처님과 함께하는 모습이 우리 제가불자들의 부러움이 대상”이라고 했다.

한라산 관음사에 올라오면 혼자 보이지 않는 이곳저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파손된 부분을 손수 수리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그 분 곁으로 다가가서 취재를 요청했는데 손을 저으며 “자신은 자랑할 만큼 보시 한 것도 없고, 최고의 봉사는 무주상”이라고 한 마디 하고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뜨더니 마무리 짓던 일을 계속하였다.

자신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이 분을 보니 대단한 능력으로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작은 힘이나마 부처님의 도량을 청정하게 손수 가꾸고, 사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이 거사님이야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진정한 살아있는 부처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과 헤어지고 산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봄비가 멈추더니 해 저무는 구름사이로 한줄기 빛이 온 천지를 비추는 모습이 마치 부처님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많기를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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