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행복의 출발점, 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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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행복의 출발점, 꼬라
  • /제주불교
  • 승인 2011.04.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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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는 탑이나 절을 시계바늘 방향으로 도는 성스러운 일을 가리키는 티베트 말이다. 제주 섬 ‘꼬라’의 두 번째 장정이 지난 24일 시작됐다. 그것은 우리가 열망하는 이어도, 지고의 행복이 머무는 피안의 섬을 찾는 수행이다.

경전을 읽거나 사경과 기도하고, 참선하는 것도 수행의 방편이기는 하나, 걸으면서 내안의 이어도를 찾아 떠나는 순례는 여느 수행보다 그 느낌과 맛이 독특하다.

고관사 주지 제량스님이 2008년 12월경 창안한 11회의 ‘꼬라’ 순례는 보물찾기 하듯 제주 섬의 속살들과 담소하며 내안의 불성의 씨앗을 싹트게 하는 예행연습이었다면, 2009년 4월 19일 부처님오신날의 기념행사로 시작된 첫 번째의 꼬라 순례는 개념적 자아를 비우고 참나를 찾아 나선 구도여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순례길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세파에 휩쓸려 살다보면 속도와 질주의 무한경쟁 으로 마음은 중심을 잃고 고통과 번뇌로 오염되고 만다.

국가 지도층의 무지와 탐욕에서 비롯된 구제역, 4대강사업 등으로 인해 생명존중의 가치가 무너지고 불교 내부에도 자정과 쇄신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등 우리가 처한 현실사회는 불안정하기만 하다.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지만 우리 삶의 질은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의 심화, 이기적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그래서 실존적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찌든 오염된 마음을 참회하며 선한 마음을 드러내기 위한 정진이 필요하다.

순례 길에서 만나는 청보리의 풋풋한 내음, 바다를 배경으로 환해장성 사이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노란 유채꽃 밭, 오름, 파란 하늘과 뜬 구름, 바다, 바람을 손님으로 맞이하면서 있는 그대로 그 자연의 느낌을 알아차린다면 바로 그 자리에 번뇌가 사라지고 깨달음의 지혜가 빛난다.

그래서 사찰에서 사찰로 가는 길은 선한 마음의 작용이다. 신(身)수(受)심(心)법(法)의 사념처 수행 가운데, ‘꼬라’는 몸과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의 수행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자기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한, 오염된 마음은 고요해지고 청정해지면서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이 ‘꼬라’의 유익함이다.

‘꼬라’가 걷기명상이라는 관점에서 ‘올레’와 유사한 점이 없지 않지만, ‘올레’에는 알아차림과 깨닫기가 없다.

우리가 꿈꾸는 깨달음을 찾아서 내일도, 모레도 신발 끈을 매는 ‘꼬라’ 순례객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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