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 시론-새로운 전쟁 : 사이버 테러 (Cyber T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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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시론-새로운 전쟁 : 사이버 테러 (Cyber Terror)
  • 장성수<제주대 교수>
  • 승인 2011.05.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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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수준의 IT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사이버 테러로 인해 국가적 혼란을 겪는 상황이 점증하고 있다. 2009년 전국을 혼란에 빠트렸던 7․7 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에 이어 올해 3․3 DDoS 공격, 그리고 지난 4월 12일에 발생한 농협 금융전산망 사고 등….

사이버 테러는 이제 과거처럼 특정인 내지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아닌 국가를 표적으로 한 위협수단이 되고 있다.

사이버 테러란 ‘인터넷을 이용해 시스템에 침입하여 중요한 데이터를 파괴하는 등 해당 국가의 네트워크 기능을 마비시키는 신종 테러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테러행위가 IT기술의 발달과 확산으로 인해 한층 더 지능화되고 다양화되면서, 그로 인한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번 사상 최악의 농협 금융전산망 사고는 몹시 충격적이다. 지난번 현대캐피탈 고객 42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같이 특정대상의 고객정보를 빼내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한 의도는 짐짓 애교에 속한다. 즉, 농협 전산망에 대해 ‘무조건 파괴’ 명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예전의 사이버 테러와는 판이했다.

영화「다이 하드 4」에서 보듯이, 교통․통신․금융․전기 등 모든 네트워크가 테러리스트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미국이 공항상태에 빠진다는 설정처럼 숨이 멈출 만큼 리얼한 파괴도 예상된다. 실제로 2009년 7월에는 미국 백악관 및 검색엔진 ‘애스크 닷컴’이 공격받아 24시간동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비책에 골몰해 왔다. 미국의 경우 사이버 지휘부대 창설 및 사이버 전쟁 모의훈련 등을 실시해 사이버 테러에 대응해 왔고, 일본은 2006년 사이버 전투부대를 창설했다. 또한 EU도 유럽 각국의 초국가적 협력을 위해 2004년 유럽 네트워크 정보보안청(ENISA)을 설립해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보안이 강조되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사이버 테러가 기승을 부리며 나날이 확장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며, 실제로 이를 대비한 사이버전쟁 예산들이 덩달아 폭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대치중인 북한 역시 1989년부터 사이버전 전담인력을 양성해 현재 1000여명의 사이버 공격요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에도 해킹기지를 만들어 사이버전을 대비해 왔다고 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국가안보에 있어서 사이버 전쟁은 이제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다가선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창설된 사이버사령부내 사이버 보안전문인력은 50명 내외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해 683억원이었던 정보보호 예산을 올해에는 무려 54억을 줄여 629억원으로 편성하고, 해킹바이러스 대응체계 고도화 사업예산을 무려 55%나 축소시키는 등 우리 정치권이 사이버 보안에 너무나 무지했다는 지적이 많다.

어제인 5월 1일 검찰은 지난달 발생한 농협 금융전산망 사고를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결론 내리면서, 2009년과 2011년 DDoS 공격과 유사한 IP와 경로 및 패턴임을 밝혔다. 바야흐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예기치 못한 새로운 전쟁에 대한 튼튼한 방비가 절실하다는 사이렌인 셈이다.

지난달 21일 국방부는 최근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테러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군사이버사령부령’ 제정안과 ‘국방정보본부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진정한 IT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라도 제2의 금융전산망 테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의 방비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언이 예삿말이 아닐진대, 사이버 보안에 쓰이는 예산이나 자원이라면 인색하기 짝이 없는 현실의 틀부터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잠시 호들갑을 떨다마는 그런 식이어선 안 된다. 이를테면 초국가적 협력을 통한 사이버 보안 대응시스템의 구축을 ‘발등의 불’로 직시하는 자세부터가 여의도의 현량들에게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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