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일기-‘염화미소’로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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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염화미소’로 소통하다
  • 오연선<서귀포불교대학 24기 정진팀장
  • 승인 2011.05.1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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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많이 다니기 보다는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기회가 될 때마다 다닌 곤 한다.

우리 봉사는 어르신들의 말벗되어 드리기 아니면 복지시설을 방문해 울력봉사를 주로 해왔다.

최근 서귀포시 토평동 지적장애인 시설인 정혜재활원에서 장애인들과 다도를 함께하며 차를 마시기도 하고 흥겨운 장단에 어깨춤을 추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 적이 있다. 지적장애인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장애인들은 즐겁게 놀려하고 스킨십도 좋아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가 있었다.

서귀포불교대학에서 최근 안덕면 동광리 동광효도마을에 단체 봉사활동 계획이 세워졌다. 서귀포불교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좀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라 신체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계신다 하여 장애인들과 같지 않을 것 같아 마음으로 조금은 난감한 상태였다. 그래도 잠시 놓았던 웃음치료 관련 책도 다시금 펼쳐보고, 어르신들의 신체활동에 맞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무엇이 있을까 준비도 좀 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법우님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려 ‘기쁨이 충만한 도량’으로 만들고 싶었다.

내가 가진 작은 끼로 우리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장구를 동여 메고 동광효도마을로 향했다.

어르신들이 감정이나 느낌을 바로 바로 표현하기는 힘들어도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마음은 표현한다기에 즐겁게 놀고 즐겁게 즐기고 오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동광노인마을 원장이자 재학생 법우인 부재옥 원장의 배려로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주의할 점 등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어르신들을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의 생활이나 감정들이 그대로 담긴 영상을 통해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조금이나마 소통할 수 있었다.

동광효도마을의 영상을 보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부담감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나 어르신들 역시 우리와 똑 같은 반응을 보이시는 것을 보고 ‘맞아~ 우리 어르신들의 마음은 우리랑 같아!’ 내가 준비한데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서귀포불교대학 학생처장님의 집도로 예불을 간단하게 마치고 레크리에이션이 본격 시작됐다. 다소 긴장되기는 했지만 함께 동행 한 법우님들이 주는 웃음에 믿음을 갖고 시작을 알렸다. 한 개의 반응을 얻으려면 열 배의 노력이 있어야 그나마 반을 얻는 다는 걸 난 알고 있다. 그래서 일까. 아주 미친 듯이 어르신들의 배꼽을 뽑아놓았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어르신들도 웃고 웃으며 즐거워했고, 나중엔 덩실덩실 어깨춤이 저절로 나왔다.

법우님들도 어르신들과 하나가 되어 춤을 추고 구성진 노래 가락을 뽑는다. 서귀포불교대학 24기와 25기 재학생들과 교직원 동체대비가 되어 얼싸안고 춤을 추는 모습이 바로 연화장세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연세 지극한 현수언 학장님도 정말 당신 친구 같고 당신 어머님 같은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그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 온다.

어느 덧 시간은 흘러 아쉬움의 작별의 시간이다. 레크리에이션 다음에 마련된 도자기 체험시간. 어르신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도자기를 빚었고, 뿌듯하셨는지 자랑하는 모습이 영 천진불의 모습을 닮았다.

도자기 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부 원장께서 어르신들이 빚으신 곱디고운 도자기에 봄 향기 가득한 예쁜 꽃을 심어 선물로 주신다. 어르신들의 그 도자기를 만들며 웃는 그 모습이 예쁜 꽃으로 화현한 듯 우리의 가슴을 더욱 벅차오르게 한다. 어르신들이 우리의 거울임을 새삼 느낀다. 어르신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본다. 내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드린 것이 아닌 그 즐거움을 받고 온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게 한다. 오늘 법우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말하지 않아도 그 얼굴마다 ‘염화미소’로서 서로 통하고 있었다.

‘참 나’를 바로 알게 해주신 학장님을 비롯한 교직원 여러분들, 24․25기 재학생 법우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어르신을 살아있는 부처님 모시듯 정성을 다하는 부 원장님과 그곳에서 봉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모두 행복하시고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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