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아침-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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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아침-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끼며
  • 수상 스님<제주불교호스피스센터 반야사
  • 승인 2011.05.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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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환우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이면 호스피스회원들과 함께 제주대학교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법당에 도착하니 한 보살님께서 부처님께 열심히 절을 올리고 계신다. 보살님께서는 기도가 끝나자 밖에서 머뭇거리더니 잠시 저를 만나고 가시겠다고 한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지난해 10월 간병기도를 해 드렸던 보살님이었다.

보살님은 그날의 일을 회상하며 “암 선고를 받고 힘든 시기에 스님의 기도를 받으며 부처님의 서광이 비추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며 지금은 수술이 잘 끝나서 회복 중이라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보살님은 건강해지면 제일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스님과 함께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보살님은 그 당시 손목에 끼워드렸던 합장주가 큰 의지가 되었고, 다른 환우들에게도 합장주의 인연을 전해 주길 바란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다른 환우들을 위해 써달라며 합장주 보시금을 전해 주시고 가셨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병원에서 간병기도를 받는 분들은 그때의 고마움을 또 다른 환우들을 위해 이렇듯 아름답게 회향하니 이 모두가 부처님의 크신 가피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기쁨도 뒤로하고 아쉬움이 짙게 남는 사연도 있었다.

며칠 전 암병동에 있는 환우의 친구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유인 즉 친구가 많이 아픈데 간병기도를 받기를 원한다는 전화였다. 하지만 그날은 연일 이어지는 기도에 성대결절로 말 한마디 내 뱉을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부어오른 상태라 급하지 않으면 며칠 후 간병기도 때 해 드린다는 약속을 하였고, 중간에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를 주시면 가겠노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오늘 암병동에 와 보니 그 분은 먼 길을 떠나고 안 계셨다. 그 환우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그 환우분은 아직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 여자분이셨는데….

암병동에는 빈 침상들이 많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여자 환우분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한다. 환우분은 우리를 반가이 맞으며 불교호스피스센터인 ‘상락원’이 언제 착공이 되느냐고 관심을 보인다. 얼마 전 상락원 소식을 듣고 꼭 가고 싶다며 우리들의 방문에 행복해 한다. 병실을 돌다보면 환우들이 쉴만한 쉼터 하나 없다는 것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다른 병실로 향했다. 환우는 침대가 있는데도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고 옆에서는 따님이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하고 있었다.

인사를 드리니 많이 힘들어 보이는 듯 스님을 바라보며 힘들게 합장을 한다.

어디가 제일 아프시냐고 물으니 배도 아프고 온 몸이 다 아프다고 한다. 한손으로 환우 손을 잡고 또 한손으로는 배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도를 해 드렸다. 기도 내내 딸은 무슨 사연인지 서글프게 글썽인다. 자식으로 못다 한 도리때문인지, 아직도 딸은 어머니에게 병이 찾아온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던 환우분이 편안하게 기도를 받으셨는지 부처님의 자비 손길을 느끼며 편안히 잠이 드셨다.

환우님의 잠든 모습이 아기처럼 평온해 보였다.

기도를 끝내고 복도에 나오자 반야사 신도인 보살님이 병실을 도는 우리를 발견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남편께서 얼마 전 폐암선고를 받아 서울에서 검사를 마치고 조금 전 병원에 입원했다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보살님의 처사님이 입원한 병실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평소에는 무척이나 건강했는데 얼마 전 감기가 오래가서 병원에 들렀더니 폐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은 것이다.

환우님의 손을 잡고 “힘이 드시겠지만 이 시간들을 잘 이겨내시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기도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환우님께서 부처님의 가피로 병고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 해 드렸다. 환우님이 부처님의 따스한 숨결을 느꼈으리란 생각을 해 본다.

지금 이 순간 더없이 감사함을 느끼고 지금 이 자리를 뜬다. 건강함에 대한 감사로,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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