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시론-파출소(지구대)가 무너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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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시론-파출소(지구대)가 무너지면…
  • 임 창 준(세계일보 편집부국장․본지
  • 승인 2011.05.18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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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에게 멱살 잡히고, 욕설을 듣고, 흉기에 찔리고, 행패를 피해 달아난다. 여느 술집의 밤 풍경이 아니다. 전국의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밤낮 없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공권력의 상징인 최전방 파출소에서 이런 일이 방치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경찰의 대응만 문제가 아니다. 이들 ‘불한당’에게 발목이 잡혀 정작 필요한 민생치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니 여간 큰일이 아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이달 초 벌어진 취객 난동은 경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줬다. 폐쇄회로TV에는 취객이 흉기를 휘두르고, 의자로 맞서던 경찰의 팔이 찔리는 모습이 생생했다. 경찰은 허리띠에 채워진 가스총을 뽑지도 못했고, 중견간부 팀장은 취객을 제지할 생각은커녕 겁을 먹고 자기 안위에만 연연한 나머지 슬금슬금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 파출소 경찰관이 그렇게 허약할 수 있을까. 시민이 어떻게 이런 경찰력을 믿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 받을 수 있을까. 결국 지나가던 시민들과 합세해 흉기를 빼앗고, 동료 경찰관들이 도착해서야 겨우 그 취객을 제압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파출소는 시민들이 신변이 위험하거나 안전에 위협받을 때 제일먼저 달려가 도움을 청하는 공권력의 최일선 기관이다. 이런 곳에서 밤낮없이 경관폭행, 기물파괴, 자살․자해, 소동 난장판이 밤마다 벌어진다. 경찰관을 물어뜯고 심지어 사무실 안에서 용변을 보는 취객들과 불한당까지 생겨났다. 검문 대상자나 방문객들에게 불친절하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파출소․ 지구대도 문제지만 이런 행동으로 입건된 취객이 올 들어 지난 3월말까지 전국적으로 1689명에 이른다는 경찰청의 통계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불한당으로부터 얻어터지고 피하기에 급급한 경찰 공권력을 어디에다 쓰겠는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시민을 위한 치안유지라는 점에 상도(相到)하면 이런 파출소 경찰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떨까. 경찰관은 우선 도덕성을 갖추고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철저한 의무감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7일 앞으로 파출소에서 난동을 피우는 취객 등에게 총을 발사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오죽해야 이런 지시까지 나왔느냐고 이해도 가지만, 아무래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경찰관 업무수행 매뉴얼에도 총기사용은 허용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자제하는 형편이다. 경찰관의 신변이 매우 위태롭거나 상황이 시급할 경우엔 어쩔 수 없겠지만…. 경찰관이 스스로 체력을 길러 상대 피의자를 압박해야 하지 특히 파출소 안에서 총기를 발사한다는 것은 좀 떨떠름하다. 범죄 피의자도 엄연한 국민이기에 말이다. 강력범을 제지하고 그를 쫓아가 체포하고 위험한 곳에서 시민 생명을 구하려면 경찰관들의 무술연마는 물론 평소 강력한 체력이 선행돼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뉴질랜드나 캐나다에선 오래전부터 정기적으로 경찰관을 상대로 체력 단련테스트(PCT)를 하는데 10명 중 2명이 탈락해 승진을 하지 못한단다. 그래서 스스로 경찰직을 중도에 자진해서 그만두는 이들도 많단다.

우리경찰도 얼마 전부터 이 같은 체력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하지만 여기에 탈락해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시행되는 체력 검정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200m달리기, 악력(握力) 등 4개이지만 뉴질랜드 경찰은 1200m 달리기, 1m 높이 창문 통과 후 2m 벽넘기, 트레일러 20m 밀기 등으로 우리 경찰보다 더 실용적인 느낌이 든다.

어쨌든 경찰 공권력이 실추된 것은 무엇보다도 경찰 자신의 책임이 크다. 경찰관들의 비리와 불법이 자주 언론에 보도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생치안의 보루, 파출소․지구대가 무너지면 누구보다 시민이 불행해진다. 파출소에서 난동을 피우는 취객의 인권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질서를 지키고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반 다수의 시민인권은 그보다 몇 배 중요하다. 경찰이 여러 면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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