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법문-종석 스님(중앙승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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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종석 스님(중앙승가대학 교수)
  • /정리=이병철 기자
  • 승인 2011.09.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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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읍 신엄리 반야사(주지 수상 스님) 요사채 및 불교호스피스센터 상락원 준공 개원법회가 지난 25일 경내에서 봉행됐다.

이날 초청 법사로 종석 스님(중앙승가대학 교수)이 법문을 설했는데 법문내용을 요약정리한다. <편집자주>

우주의 주인공은 바로 ‘나’


   
 
   
 
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나를 만들고, 우리 가정을 만드는 동력이자 진리가 바로 업(業)입니다. 업이라는 것이 우주를 만들어 내는 에너지원입니다.

예로부터 일반인들이 자주 쓰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가 지어 자기가 받는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주인공은 바로 ‘나’입니다. 그것이 업입니다. 업은 일거수일투족 우리가 내뱉는 ‘말’, 손발을 통한 ‘몸짓’,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 그 모든 것이 업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신구의 삼업(身口意 三業)입니다.

업은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업력(業力)이라고 합니다. 업을 한번 지으면 그 업이 없어질 삼세에 걸쳐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의 업은 자식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서 미래세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는 업이 고갈 될 때까지 말입니다.

제가 업의 비롯된 ‘왕사성의 비극’이라는 이야기를 예로 들겠습니다.

왕사성은 임금이 살던 도시입니다. 부처님 당시 가장 큰 마가다국이 수도가 왕사성입니다. 석가모니가 만년에 기사굴산(영취산)에 계실 때, 중인도 마가다국의 수도 왕사성에 큰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태자 아자세가 석가모니의 사촌인 제바달다의 꼬임에 빠져 부친 빈비사라왕을 유폐하고 굶겨 죽일 것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자세가 태어나기 전에 빈비사라왕에게는 뒤를 이을 아들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들을 얻고 싶었던 왕은 점쟁이를 불러 점을 치게 했고, 점쟁이는 산 중에 한 선인이 살고 있는데, 그 선인이 천수를 다한 후에는 다시 이 왕궁에 태어나 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왕이 기뻐하면 선인이 언제 세상을 떠날 것인지를 묻자 아직 3년이 남았다고 했으나 왕은 3년을 기다릴 수가 없어 사신을 보내어 왕의 명령이라 전하고 선인을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선인은 죽는 순간 “아무리 왕이라도 수명이 다하지 않은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내가 왕궁에 태어나 왕자가 되면 언젠가는 신하에게 명하여 왕을 살해하게 할 것이다”라고 예언했습니다.

선인이 죽자 점쟁이가 말한 대로 왕비는 임신을 했는데 이러한 기구한 운명으로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바로 아자세태자입니다.

석가모니의 사촌인 제바달다는 아자세태자를 꼬드겨서 부왕을 살해하고 태자에게 하루라도 빨리 왕위에 오르라 했으며, 자신은 석가모니를 배반하여 교단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 교묘히 속였습니다. 먼저 부왕 빔비사라를 죽이기 위해 왕을 일곱 겹의 담으로 둘러싸인 감옥에 유폐하고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게 했으며, 결국 죽음을 맞게 됐다고 합니다.

업을 한번 지으면 업의 힘에 의해서 누구에게 전달된 것을 아셔야 합니다. 업이 이처럼 무서운 것입니다.

그럼 왜 업을 지으면 끝까지 가는 것인가. 인간에게 큰 기억주머니가 있습니다. 중생은 이 기억 주머니를 일러서 ‘아라야식(阿羅耶識)’, 아라야식은 과거에 지어놓은 바 그림이 그대로 쌓여있는 마음의 창고를 말합니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로 보고 듣고 맛보고 생각하는 것도 아라야식에 저장되는 것입니다. 업을 지으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라야식에 입력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 마음이 다음 마음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라집니다. 현재의 마음속에 과거가 남아 있습니다. 의식과 의식이 바통을 터치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마음속에는 과거의 업이 다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떤 업을 지어야 하겠습니까. 선업을 지으면 다음 생까지 행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은 자기 ‘불공’입니다.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 것입니다. 공을 들이지 않으면 무엇하나 제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그냥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불자들이 먼저 줘야 부처님께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누구에게 줘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곳입니다. 큰 영웅이라는 뜻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도 그냥 부처님이 되신 것이 아니라 수행을 닦아 부처님이 되신 것입니다. 아미타부처님 역시 극락세계의 주인공도 그냥 부처님이 되신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공덕을 닦아서 되신 것입니다.

“법장서원 수인장엄(法藏誓願修因莊嚴)”

아미타부처님은 법장 스님이 원력을 세운 것입니다. 고통 받고 번뇌 속에 사는 중생들을 보고 서원을 세운 것입니다. 서방정토의 즐거움만 있는 고통 받는 중생들을 이곳으로 인도한 것입니다.

정토 세계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부처님의 원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세상은 누군가의 원력과 끊임없는 정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세상은 잡화가 모여 이뤄졌습니다. 그 다양한 꽃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사바세계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인생은 바로 자기 장엄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수확의 계절 가을입니다. 하지만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습니다. 그동안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정성껏 가꿔서 열매를 맺듯 반야사 불교호스피스 상락원 역시 여러분들의 손에 의해 장엄도량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부처님은 네 가지로 장엄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은 삼십이상과 팔십수형호의 모습을 하고 계십니다. 수행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안이비설신의는 다양하게 밖으로 인품을 내 뿜습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3가지 에너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공덕을 닦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열심히 닦으면 우주의 주인공 여래께서 그곳에 나와 함께 동참하시게 됩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부처님이 오시는 것입니다. 나와 부처님, 함께 사는 지구가 힘을 합쳐 삼의 일체가 되면 큰 힘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부처님이 도와주시고 중생들이 십시일반 에너지를 보태주게 되는 것입니다.

상락원이라고 하는 멋있는 장엄을 반야사 신도와 인연 있는 불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들어 놓으셨는데 이 공덕은 여러분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힘이 모아져서 부처님의 세계가 만들어 졌습니다. 여러분도 많은 공덕으로 여러분을 장엄하고 계십니다.

밀교에서는 신력이 비밀스럽게 작용하여 중생에게 입혀진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삼업이라 불리는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이 비밀스러운 작용을 나타낼 때 이를 신밀(身密), 구밀(口密), 의밀(意密)이라 하여 삼밀(三密)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삼밀 장엄해야합니다. 이제 내 말과 몸과 생각을 부처님의 말과 몸과 생각으로 바꿔나가시길 바랍니다.



종석 스님은

서강대학교에서 학사, 동국대학교에서 석사, 일본 대정대학교에서 석․박사를 받았고, 중앙승가대 총장대행 및 불교방송에서 ‘불교교리 강좌’를 진행했다.

현재 스님은 중앙승가대 대학원장을 비롯해 조계종 고시원장, 조계종 교육위원장, 한국불교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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