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싸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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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싸움의 기술
  • /김은희 편집부장
  • 승인 2011.09.2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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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이런저런 안부를 묻고 답하는 가운데 기쁨을 느껴야 하는 명절인데도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말들이 오가다 보면 사소한 갈등들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부부간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당신네 식구들은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라고 한마디 툭 내뱉으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응수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고 마음 상한 소리를 해댄다.

결국 그동안의 앙금이 일시에 일어나면서 흑픙이 불어오는 것이다.

“그저 네가 참아라”라는 말은 이제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내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 싸움에서 승패를 가린다는 것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조언을 구해본다.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 말이다.

지혜로운 벗은 이렇게 조언해 준다. “상대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줘라. 불꽃이 일어났다가 피시식거리며 힘을 잃고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줘라”

얼핏 듣기엔 그다지 신통해 보이지 않는 방법인 듯 하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현명한 대처법이다. 남이면 그저 참았다 안 마주치면 그만이겠으나 만날 얼굴을 마주봐야 하는 부부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처신할 수밖엔 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저 지켜 볼 뿐이다. 이것 역시 바라보는 인내심이 필요할런지는 모르겠으나 화의 불꽃은 지켜보는 동안 ‘피시식’ 힘을 잃고 가라앉게 될 것이다.

수행을 오래하신 노보살님의 또 다른 조언은 “정 가슴이 답답하거들랑 바다를 바라보라”하신다. 날씨도 쌀쌀해졌는데 웬 바다. 이 말은 그냥 바닷바람 쐬라는 게 아니고 바다의 성품을 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받아 줄 수 있는 바다 같은 포용력을 배우라 하신다. 그러면서 보살님은 이런 말도 덧붙인다. “나 역시 늘 바다를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그게 아쉬워.” 아무튼 노보살님의 경험이 묻어나는 조언이기에 이 역시 귀담아 들어볼만 하다.

“난 안 그런데 당신은 왜 그래”라고 하면 그 싸움은 절대로 그칠 수가 없게 된다. 그것은 마치 불꽃에다 장작을 던지는 격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인내만 한다면 오래 묵어 홧병이 되기 십상이니 특히 부부 사이엔 덜 상처입고 덜 아프게 하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싸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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