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 객원기자의 오름④ ‘왕이메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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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객원기자의 오름④ ‘왕이메 오름’
  • /김보성 객원기자
  • 승인 2011.09.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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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국 삼신왕이 기도올린 곳

여러 신하 거느린 군주의 모습”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덧 9월 하순 가을의 길목에 서있다. 그렇지만 가을을 시기하듯 여름의 기운은 아직도 그 당당함을 뽐내고 있다. 조금 있으면 정들었던 푸른 옷을 벗고 알록달록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느라 온 산하가 시끌벅적 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이 뜨거운 햇볕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여전한 낮의 더위에 아직까지도 숲과 그늘이 있는 오름을 찾게 하는데 이번 산행지로는 안덕면 소재 ‘왕이메 오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왕이메 오름은 안덕면 광평리 산 79번지이고 비고는 92m로 평범한 편이나 면적이 70만9179㎡로 제주 오름 386개 중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그만큼 몸집이 장대하여 비교적 큰 오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름 유래에는 옛날 탐라국 삼신왕이 이곳에 와서 사흘 동안 기도를 드렸다는 전설에서 비롯, 한자로는 왕림악(王臨岳)․왕이악(王伊岳)․왕이산(王伊山) 등으로 표기하지만, 오름이 높지 않고 넓게 퍼진 모양이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와우악(臥牛岳)이라 불려 지기도 한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주위에 여러 신하오름들을 거느린 군주의 모습에서 왕이메란 이름을 썼을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평화로에서 한라산 방향을 보자면 왼쪽으로는 북돌아진 오름과 괴오름, 폭낭오름을 거느리고 오른편으론 고수치, 돔박이, 족은 대비오름을 거느렸으며 바로 옆 이돈이 오름을 비서실장으로 보면 그 위세가 어찌 군왕이라 하지 않겠는가.

탐라국 삼신왕이 사흘동안 기도를 드렸다는 왕이메 오름은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을 간직한 제주의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그 왕은 당시 탐라국의 평화와 백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일념으로 기도했을 것이고, 그 간절한 기도가 지금 왕이메 오름 맞은편 새별오름에서 제주도민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로 되살아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왕이메 오름을 찾아 가는 길은 평화로(1117번 도로) 봉성 교차로에서 굴다리를 지나 에덴 힐 리조트 또는 나인브리지 골프장 가는 길로 약 2km정도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왕이메 오름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오름으로 오르는 길이 나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초지를 지나면 바로 오르막이 나오고 여기서 부터 숲길인데 활엽수가 많은 게 늦여름과 초가을에 산행하기에 어울리는 오름이라고 볼 수 있다. 정상에서는 왕이메 오름의 굼부리와 이웃 오름들을 한눈에 시원하게 조망 할 수 있는데 그 모습에서 군왕의 위엄을 볼 수 있다.

정상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굼부리를 한 바퀴 돌다보면 3/2지점에서 삼나무 숲길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입구까지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은 걷는 즐거움을 주고 다시 굼부리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 쪽은 시원한 산들 바람이 막힌 가슴까지 뻥 뚫어준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행복한 선택이 다시 왕이메를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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