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일기-대만 공승제서 ‘참 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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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대만 공승제서 ‘참 나’를 보다
  • 김복순<고산 월성사 신도>
  • 승인 2011.10.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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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고산 월성사 주지 상덕 스님이 “보살님, 지금부터 계획을 잘 세워 내년에 ‘대만 공승제’에 가면 정말 좋겠습니다”라며 1년 전부터 우리에게 설렘을 안겨준 스님의 말씀에 지난 8월 20일부터 25일 대만에서 열린 공승제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만은 우리나라 3분의 1의 크기로 작은 나라지만 불교의 규모는 아주 웅장했다. 불심이 깊은 불자들을 만나다 보니 그 표정 자체가 살아 움직인다.

공승제날 행사장인 국립체육관에 도착했다. 스님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스님들을 한 분 한 분 양산을 씌워드리며 모셔 갔다. 국제 공불제승대회는 16개국이 참가하는 큰 행사로 우란분절에서 유래됐다. 불자들은 스님들께 정성으로 공양을 올림으로써 스님들의 공덕으로 선망부모, 친척들이 모두 건강하고 천상에서 극락을 누리길 기원하는 의미가 있었다.

행사장 높은 단상에 올라가시는 큰스님들을 왕으로 추대하듯 한 분 한 분 호의하며 모셔갔다. 그 많은 스님들에게 식사를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상덕 스님 역시 무대에 오르셨는데 아주 위대해 보이셨다.

상덕 스님은 월성사에 주지를 맡으신 이래 말없이 불사를 이뤄 놓은 거대한 산 같은 작은 거인이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하시는 스님은 아직까지는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신도들의 불심이 부족함을 늘 안타까워하는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날 참으로 불교의 참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날 행사를 치르는 대만불자들은 우리가 먹고 난 도시락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철저하게 분리수거했고, 행사 후 나눠줬던 유인물도 모두 수거하는 등 참으로 검소하고 자비스런 행동이 몸에 배어 있었다. 대만불자들은 봉사를 하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비록 말은 안 통하지만 작은 웃음이 참 다운 공양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순례 3일째 되던 날 현대식으로 잘 짜진 대중선사에 들렀다. 이렇게 웅장하고 지을 수 있을까. 입이 딱 벌어진다. 사천왕, 석가모니부처님,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둘러보고 백옥으로 조각되어 하얗게 빛나는 관세음보살 앞에서 우리는 반야심경을 독송했다. 한 보살님이 단에 올려 진 감로수를 한 병씩 주신다.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염하며 소원을 빌며 마시라고 일러 준다.

특히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상이 참 인상 깊었다. 한쪽에는 문관의 신발을, 다른 쪽은 무관의 신발을 신음으로써 문무를 겸비한 관우상의 모습이었다.

다음날 들른 불광사는 극락세계에 가는 길을 재현해 놓은 사찰이다. 중생은 현세에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육도윤회한다고 한다. 최상의 세계인 극락세계가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음악이 흐르며 새가 지저귀는 평화로움만이 가득하다는 설명을 들으니 지금부터라도 더 착하게 베풀며 지혜로운 불자가 될 것을 다짐해 본다.

5박 6일간 성지순례를 하면서 나는 또 다른 내가 되어보리라 다짐을 해 본다.

마지막 밤을 지내면서 아직까지 건강하고 성실하게 내 옆에 있어준 남편이 정말 감사했다. 큰 태풍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일거리가 많은데도 기회가 왔을 때 다녀오라며 등을 떠밀어 준 남편이 고마웠다. 생각하면 탈 없이 잘 살아주는 아이들, 부지런한 남편 모두가 감사한일 뿐인데 난 늘 불만을 토로했던 것이 내 주변인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성지순례를 계기로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 수 있는 나로 바뀔 수 있다면 가장 큰 성과고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끝으로 우리를 참 다운 배움으로 이끌어 주신 주지 상덕 스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 일행이 같이 다니면서 간간이 좋은 말씀을 해 주신 스님들 역시 고마웠다. 또한 같이 동참해주신 신도님들 그리고 조영애 회장님, 변영숙 총무님 덕분에 극락세계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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